감독
존 아미엘 Jon Amiel

주연
숀 코너리....로버트 맥두걸
Sean Connery....Robert MacDougal
캐더린 지타-존스....진 베이커
Catherine Zeta-Jones....Gin Baker
빙 라임즈....티바두
Ving Rhames....Thibadeaux
윌 패튼....헥터 크루즈
Will Patton....Hector Cruz

렘브란트의 명화 [다윗 왕의 편지를 가진 바세바]가 도난당하자, 보험회사 직원 버지니아 "진" 베이커는 유력한 용의자인 도둑 로버트 맥두걸에게 접근합니다. 그들은 스코틀랜드의 한 성에 전시되어 있는 중국 마스크를 훔치기 위해 팀이 되고...

마치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의 리메이크처럼 보이지요? 아마 아이디어는 거기서 얻었을 겁니다. 부자 도둑과 여자 보험회사 직원의 콤비는 그렇게까지 흔한 게 아니니까요.

그러나 [엔트랩먼트]는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의 리메이크가 아닙니다. 적어도 영화는 끝없이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몇 번의 플롯 비틀기가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동원됩니다. 그 비틀기들은 비교적 공정한 편입니다. 충분한 수의 복선들이 이곳저곳에 숨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구성이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의식적인 복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비교적 헐겁게 처리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심리묘사는 플롯 비틀기를 고려에 넣고 생각해도 상당히 덜컹거립니다.

사건을 설명하는 후반부가 마지막 액션과 분리되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 때문에 진상 폭로의 허탈감이 후반부 액션의 김을 빼놓습니다. 너무 안이했어요.

액션은 어떨까? 세 번의 첨단 도둑질 장면이 나오고 그것들은 구경하기가 꽤 괜찮습니다. 스턴트의 질도 좋고 배경도 훌륭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어떤 독창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들은 이전에 만들어졌던 여러 케이퍼물에서 슬쩍슬쩍 해온 것들입니다. 밀레니엄 버그와 같은 최근 소재도 사용되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튈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애당초부터 이 영화는 특별히 독창적이거나 치밀한 영화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숀 코너리의 명성과 한참 뜨기 시작한 신인 캐더린 지타-존스를 이용해 쓸만한 흥행작을 만들려는 것이 목적이었겠지요.

하긴 이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 역시 두 배우입니다. 숀 코너리는 지치고 늙어보이지만 몇 십년 동안 쌓아왔던 똥폼의 경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는 무게있고 가끔가다 꽤 진지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캐더린 지타-존스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배우이며 그냥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도둑질 장면 중 상당 부분은 지타-존스의 매력을 의식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도둑질 장면이 그렇습니다. 지타-존스가 마치 현대무용이라도 하는 것처럼 우아한 동작으로 레이저 빔을 피하는 장면은 거의 관능적인 느낌까지 주지요.

둘은 연애도 합니다. 윽, 남사스러워라. 지타-존스와 같은 여자를 꼬시기엔 숀 코너리가 너무 늙지 않았나요? 둘 사이의 나이차는 40년이나 됩니다! 할아버지와 손녀로 나와야 제대로 된 캐스팅이지요. 욕먹어도 쌉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대충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수천 년 동안 쌓아왔던 습관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린 나이 먹은 할아버지와 젊은 여자가 어울리는 걸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습니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 둘은 나이차가 나야 합니다. 이 영화는 같이 도둑질 하던 두 남녀가 연애한다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노련한 구식 전문가가 영리한 풋내기와 콤비가 되어 티격태격한다는 이야기 쪽에 더 가까우니까요. 생각해보니 꼭 로맨스를 넣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러브 인터레스트에 대한 헐리웃의 강박 관념만 없었다면 영화는 욕을 훨씬 덜 먹었을 겁니다. (99/06/02)

D&P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도난당하는 렘브란트의 그림은 아직 루브르 미술관에 있습니다. 저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은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