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Steven Soderbergh

주연
줄리아 로버츠....에린 브로코비치
Julia Roberts....Erin Brockovich
앨버트 피니....에드 매스리
Albert Finney....Ed Masry
애론 애크하트....조지
Aaron Eckhart....George
마그 헬겐버거....도나 젠슨
Marg Helgenberger....Donna Jensen
체리 존스....파멜라 던컨
Cherry Jones....Pamela Duncan
비니 콕스....테레사 댈라베일
Veanne Cox....Theresa Dallavale
콘차타 페렐....브렌다
Conchata Ferrell....Brenda
트레이시 월터....찰스 엠브리
Tracey Walter....Charles Embry
피터 코요티....커트 포터
Peter Coyote....Kurt Potter
스코티 리븐워스....매튜
Scotty Leavenworth....Matthew
제멘 드 라 페나....케이티
Gemmenne De la Pena....Katie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것처럼,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화입니다. 굉장한 이야기였죠. 대학도 못나온 평범한 법률회사 직원이 공장 주변의 식수를 중크롬으로 오염시킨 전기 회사를 때려잡아 미국 역사상 최고의 보상금을 받아냈으니까요. 할리우드가 군침을 흘렸던 것도 당연합니다. 미국인들 취향에 참 잘 맞는 이야기잖아요. 호레이쇼 앨저식 자수 성가, 법률 논쟁, 짜맞춘 듯한 완벽한 결말.

그러나 영화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좀 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과연 이 이야기가 2시간 짜리 극장용 영화의 소재가 될만한 내용인가요? 전 이 영화의 소재인 환경 문제가 작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단지 모든 게 너무 익숙하고 뻔해서 일반적인 케이블 텔레비전 용 '실화 영화'와 이 작품을 구별할 수 있는 차별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굉장한 거물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에린 역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여자 배우인 줄리아 로버츠가 맡았고, 감독은 [섹스, 거짓말 비디오 테이프]의 스티븐 소더버그였죠.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 영화에서 이상할 정도로 안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가 늘 성공작들만 만들어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늘 그는 일정한 예술적 성취도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에린 브로코비치]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야심이 부족한 영화입니다. 아니, 야심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보여요. 그는 그냥 평범한 호레이쇼 앨저 식 이야기를 하나 뚝딱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로버츠는 소더버그보다 이해할 만합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상당히 재미있는 캐릭터니까요. 입이 걸고 단순한 사람이지만 유쾌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물이지요. 연기할 거리도 많고 성공하면 스타로서의 자기 이미지를 다지는 데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소더버그도 감독으로서 브로코비치라는 캐릭터에 끌렸을 겁니다. 그가 예술가로서 관심을 가질만한 유일한 부분이니까요.

그러나 과연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 이런 식의 스토리 전개는 심각한 환경 오염 이야기를 개인의 성공담을 꾸미기 위해 장식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엄청난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사실 희생자의 슬픔이나 고통을 거의 느낄 수 없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에린의 땀과 승리 뿐입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존재가 미약하다면 에린의 성공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죠? 에린이 받은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가 그 의미를 채워주지는 않을 겁니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잘 만든' 할리우드 영화지만, 그 빈 공간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화 영화'가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순전히 줄리아 로버츠라는 스타 때문이었겠죠. [에린 브로코비치]는 스타라는 사람이 제작자들과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지 보여준 대표적인 예입니다. (00/05/12)

DJUNA

기타등등

물론 세상 일은 영화 같지 않아서 에린 브로코비치의 이야기도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말끔하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에는 더 골치아픈 일들이 쏟아져서 브로코비치는 요새 쌓은 명성이 거의 싫어지고 있다더군요. 하지만 할리우드에 자기 사생활을 10만 달러 받고 내다 팔았을 때는 그런 것도 각오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