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김정숙
김랑

연출
이민홍

주연
김지석....현
이영은....영
김흥표....재성
김신아....초아
하미혜....윤씨
허현호....이대감
정혜원....소정
곽승남....태무사
윤영배....내금위장
최성웅....저승사자

현

드라마 끝에 나오는 내레이션에 따르면 [혈귀]의 원작은 성현의 [용재총화]에 수록된 이야기라고 하는데, 정확한 제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이 이야기의 원래 주인공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귀신인 창귀가 아닌가 합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 정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원작이 정말 창귀에 대한 것이라면 많이 아쉽습니다. 창귀는 토착화된 귀신이라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 더 잘 어울리고 또 그와 관련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전설의 고향]의 껍질을 쓴 어설픈 뱀파이어 이야기를 만드느니 이 소재를 제대로 파는 게 더 좋았을 거란 말이죠.

그렇다고 뱀파이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였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뱀파이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유사종이 어딘가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전 모르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전통이 없는 건 아닙니다. 60년대 이후 한동안 만들어졌던 한국 호러영화들의 귀신들은 대부분 뱀파이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를 만든다고 책 잡힐 이유는 없다는 거죠.

토종 뱀파이어의 설정은 어떤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현은 저승사자의 실수로 몸을 잃고 뱀파이어 혈귀가 됩니다. 나쁘지 않은 설정입니다. 한자 문화권의 관료주의와 잘 어울리지요. 아홉 명의 처녀 피를 마셔야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설정은 어이가 없지만 나름 토착화를 의도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혈귀가 되는 과정에 박쥐들을 개입시킨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흡혈박쥐가 없고 남미에서 흡혈박쥐들이 발견되기 전에는 뱀파이어 전설과 박쥐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으니까요.

뱀파이어가 나왔으니 반 헬싱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모자에 부적을 붙이고 다니는 태무사라는 인물입니다. [전설의 고향]보다는 강시 영화에 더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고 실제로 이 인물이 흡혈귀(왜 애써 혈귀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그걸 쓰지 않는 것이죠?)에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하겠다고 진지하게 울부짖을 때는 생뚱맞기도 합니다.

당연히 여기엔 여자주인공도 필요합니다. 여기엔 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주인공이 나오는데, 바람난 남편의 모함에 빠져 누명쓰고 죽을 위기에 빠진 여자입니다. 피를 빨러 나왔다가 영에게 반한 현은 영을 구출하고 대신 복수도 해주며 연애도 합니다. 여기서부터 장르는 한국 가짜 뱀파이어 영화만큼이나 익숙한 장르, 즉 토착 에로 영화로 흐릅니다. 베드신이야 그러려니하겠지만 약을 먹고 기절한 여자주인공을 강간 직전까지 몰고가는 설정은 공중파와 안 어울리는 내용이지 않나요. 시청자들이 불편해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 아닙니다. 일단 특수효과가 나쁩니다. 어색한 와이어 액션은 각오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나오는 블루 스크린 장면은 너무했습니다. 게다가 각본과 편집 중 어느 게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이야기가 잘 붙어 있지 않습니다. 뱀파이어 장르와 토착 에로물은 심하게 따로 놀아요. 설정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은 걸 풀어놓아서 각본이 그걸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 연기 질도 나쁩니다. 김지석은 무서운 뱀파이어 연기를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가 실소감인 걸 어쩌란 말입니까. 하지만 이것 역시 배우 탓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런 캐릭터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가 나오길 바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전설의 고향]의 첫 에피소드를 장식했던 [구미호]와 비교한다면 [혈귀]는 특히 빈약해보입니다. [구미호]가 성공작이었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그 작품은 전에 한 적이 없는 무언가를 상당한 야심을 가지고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혈귀]는 여기저기에서 익숙한 이야기들을 가져와 대충 묶은 잡탕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09/08/11)

DJUNA

기타등등

조선시대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의상 고증이 왔다갔다 합니다. 패션이 바뀌는 조선초기라고 봐도 헛갈리고요.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