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문은정

연출
김정민

주연
정겨운....남상현
김규철....윤홍국
조윤희....미향
김갑수....정여립
이다윗....석이
장태성....강만
차현우....류비
오치수....승규

미향과 상현

[죽도의 한]이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는 실화는 정여립의 난입니다. 선조 때 발생한 이 역모사건은 조선 시대 최대의 정치 미스터리이고 아직도 진상이 완전히 밝혀져 있지 않죠. 여담이지만 이 사건은 아직 유 아무개가 MC로 있던 시절 KBS [역사스페셜]에서 다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결말부터 말한다면 이 드라마는 정여립의 무죄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정여립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진보적인 사상가이고 그와 그의 동료들은 그의 사상과 존재를 참을 수 없었던 사대부가 조작한 음모의 희생자들입니다. 여기에서 정치적 함의를 읽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일입니다. 어쩌다 보니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정여립의 일생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설의 고향]이니 어쩔 수 없죠. 대신 이야기는 정여립이 처형된 뒤 그의 시체를 찾기 위해 죽도로 들어온 토벌대가 겪는 귀신 이야기를 그립니다. 허구의 인물과 실존인물을 초자연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하나로 묶는 방식은 [귀서]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습니다.

이야기는 [알 포인트]와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의미는 조금 달라요. [알 포인트]의 군인들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악의 원죄를 뒤집어 쓰는 것이라면 이 드라마의 군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릅니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엔 어느 정도 권선징악이 완성됩니다. 물론 당하는 건 직접 손에 피를 묻힌 군인들이고 진짜 책임이 있는 높은 양반들은 그 뒤로도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 테니 여기엔 한계가 있죠.

역사 드라마와 호러물의 장르를 놓고 비교해보면 역사 드라마 쪽이 잘 되어 있습니다. 선악구도가 지나치게 뚜렷한 느낌이 듭니다만 주제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통해 잊힌 역사를 재발굴하고 지금의 세상과 연결시키는 의도는 가치 있습니다.

호러 쪽은 문제가 많습니다. 나쁘다기보다는 평범해요. 무섭지 않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공포는 주관적인 것이고 꼭 호러물이 무서운 이야기만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살인의 자극 대신 초자연현상을 그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전개되어야 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디어들이 지극히 평범하기만 하다는 건 문제입니다. [귀서]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생각해보면 더욱 아쉽죠. CG는 [혈귀]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민망한 건 마찬가지고요. (09/08/17)

DJUNA

기타등등

여담이지만 이준익의 차기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비슷한 시대배경을 다루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