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김정숙
김랑

연출
이민홍

주연
허영란....개똥이
박형재....호승
홍여진....옹주마마
고정민....작은 마님
주석태...자객1
김진모....자객2
이현실....파주댁
조양자....무당

개똥이

[씨받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에피소드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분 낮은 여자주인공이 양반집 씨받이로 들어가죠. 하지만 알고 봤더니 그 집 나으리는 어렸을 때 같이 놀았던 사이라네요. 씨받이는 아들을 낳고 쫓겨나지만 사심이 들어간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뒤로도 계속됩니다. 결국 씨받이는 집안에서 보낸 자객들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임권택 영화라면 여기서 끝이 났겠지만 이것은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이니만큼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씨받이의 귀신이 나타나 원수를 갚기 시작하는 것이죠. 여기서부터는 귀신분장과 연쇄살인의 반복입니다. 이는 한풀이가 완결될 때까지 계속되지요.

[씨받이]는 지금까지 나온 2009년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들이 못 했던 것을 하고 있습니다. 간결한 스토리텔링요. 스토리는 단순하고 그 단순한 이야기는 최대한의 효율성을 유지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직진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이 시리즈의 기초여야 하는 건데, 지금까지 쓸데없이 욕심만 많았던 전작들은 이 기초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죠.

드라마 곳곳에 군살빼기의 흔적이 보입니다. 개똥이와 호승 나으리의 사연을 그리는 부분은 최소한의 대사만을 사용하며 무성영화처럼 진행되지요.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설명용 독백과 보이스오버가 들어가긴 하지만 다른 장면들도 이 정도면 날씬한 편입니다. 단지 연애 장면은 음악과 뮤직 비디오 분위기 때문에 손발이 많이 오골거리긴 합니다만.

씨받이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의 논리는 그렇게까지 명쾌한 편이 아닙니다. 사실 앞뒤도 잘 맞지 않아요. 씨받이의 한탄은 종종 우리가 직접 본 살인장면과 그렇게 맞아 떨어지지 않고 동기도 갈팡질팡합니만, 귀신의 정신이 그렇게 온전하다면 그것도 또 괴상한 것이겠지요. 귀신분장이 그럴싸하고 연쇄 살인 장면은 불필요한 찌꺼기 없이 간결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니 특별히 불평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수효과의 성과는 반반입니다. 일단 이 에피소드의 CG는 이전 에피소드들보다 특별히 나을 게 없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머리칼이 나오는 장면들은 질이 나쁘죠. 하지만 재래식 효과가 많이 쓰이고 있고 그 쪽의 결과물이 나쁘지 않습니다. CG 장면도 특별히 무리한 구석이 없고요. 예술적으로 빼어난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긴 몇몇 자잘한 예외를 제외하면 배우들의 발을 걸 대사들도 없습니다. 허영란은 종종 튀어나오는 현대식 어투가 살짝 걸리긴 하지만 좋은 귀신입니다. 하긴 그런 말투가 꼭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정말 사극 말투로 이야기했던 것도 아니니까. (09/08/27)

DJUNA

기타등등

허영란이 벌써 우리 나이로 서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