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방지영

연출
이응복

주연
김성은....현덕
윤희석....정희
이동규....명진
이세나....해명
강수한....이권
이희도....서점주인
김광규....전기수
최은주....계집종

서점 귀신

[금서]는 올해 [전설의 고향] 시리즈에서 대표작으로 밀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포스터도 이번 에피소드의 귀신 사진이고 방영 전 드물게 극장에서 시사회도 가졌죠. 특수효과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고요. 제발 이 에피소드만은 보아달라는 제작진의 속내가 읽힙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18세기 말의 조선입니다. 몰래 언문소설을 필사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대부 며느리 현덕에게 어느 날 붉은 표지의 금서가 들어옵니다. 몇 년 전부터 세상을 돌고 있는 이 책은 왕과 신하의 동성애를 담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읽거나 들은 사람들은 갑자기 미치광이 살인자가 되어 윗사람들을 죽이는 병에 걸리죠. 그런데 현덕이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아들 이권이 먼저 읽어버리고 바로 그 병에 걸려버립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현덕은 그 책에 얽힌 끔찍한 비밀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긴머리 귀신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금서]는 지금까지 나온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들 중 가장 영화다운 모양새를 갖춘 작품입니다. 긴머리 귀신 출현 장면의 무한 반복으로 호러를 커버하려던 전작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영화적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특히 도입부의 살인장면과 후반의 좀비 액션은 상당히 좋습니다. 지나치게 [주온] 풍이기는 해도 귀신의 특수효과 역시 좋은 편이라 적어도 비웃음이 나오는 일은 없습니다.

각본은 모양새만큼 잘 잡혀 있지 않습니다. 중간에 정리가 안 되는 이야기 때문에 기운이 빠지고 정체된다는 느낌이 있죠. 하지만 이번 시즌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여전히 대사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기준에 맞추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전작들과 비교하면 훨씬 낫죠.

결정적으로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가 썩 재미있습니다. 사실 진지한 척 하는 코미디로 읽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설정이죠. [음란서생] 기억하십니까? 거의 같은 설정입니다. 말로는 18세기 조선 이야기를 한다고 우기지만 이들이 그리는 무대는 사실 패러디화된 현대의 한국인 거죠. 단지 훨씬 정치적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인터넷에 유명인들의 동성애 팬픽을 올리는 작가들과, 명예훼손과 음란물을 규제한다면서 사람들의 혀와 손을 자르는 정부와,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에 대한 애통함과 분노를 게시판에서 푸는 익명의 사용자들이 등장합니다. 이건 손발이 묶인 KBS 직원들이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암호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의 태도입니다. 일반적인 [전설의 고향]의 정서는 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분노와 포기죠. 어느 쪽이건 주인공에게 거의 완벽한 감정의 투자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 현덕은 제3의 태도를 취합니다. 현덕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엄마라는 점에서 [전설의 고향] 주인공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 사람의 태도는 사실 [링]의 주인공에 더 가깝죠. 아니, [링]의 주인공보다 더 튑니다. 현덕은 드라마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자신이 속해 있는 지배계층의 안녕이나 이익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라 별다른 도덕적 갈등이 없거든요. 덕택에 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현덕은 아주 독특한 [전설의 고향] 주인공으로 남아요. 드라마의 밝고 유쾌한 해피엔딩도 그 때문에 더 튀고요. (09/08/31)

DJUNA

기타등등

녹화한 방송분을 보고 있는데 강만수가 경제특보로 컴백한다는 뉴스가 들리는군요. 뭔가 많이 겹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