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이번 라이트먼 Ivan Reitman

주연
데이빗 듀코브니....아이라 케인 박사
David Duchovny....Dr. Ira Kane
줄리안 무어....앨리슨 리드 박사
Julianne Moore....Dr. Allison Reed
올란도 존스....해리 블록 박사
Orlando Jones....Dr. Harry Block
숀 윌리엄 스코트....웨인 그린
Seann William Scott....Wayne Green
테드 레바인.....우드먼 장군
Ted Levine....General Woodman
댄 애크로이드....아리조나 주지사
Dan Aykroyd....Governor of Arizona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이라, 앨리슨, 웨인, 해리

듀나 [에볼루션]은 약간 아이디어를 비튼 외계인 지구 침략 영화입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 지구를 침략하는 건 광선총을 든 초록 외계인이 아닙니다. 생명의 씨앗을 담은 운석이죠. 운석에 녹아 있던 액체에서 기어나온 단세포 생물은 며칠 만에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거대한 공룡과 같은 괴물까지 만들어냅니다. 이런 식으로 지체하다가는 순식간에 외계 생물들이 지구를 정복할 지경이에요.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학문보다 여자 배구 코치 일에 더 정신이 팔린 동네 지방 대학 지질학 교수, 같은 대학에 다니며 전 학생 모두에게 A학점을 주는 무성의한 생물학 교수, 늘 시험에서 미끄러지는 소방관 지망생, 아무 곳에서나 툭 하면 넘어지는 생물학자입니다. 네, 옆에 사진이 실린 바로 이 사람들이에요.

파프리카 도대체 어떻게 '진화'했다는 거예요? 이 생물들의 진화 매커니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인 것 같군요.

듀나 어딘지 모르게 F.L. 월레스의 단편 [신천지의 악몽 Student Body]를 연상시키지 않아요?

파프리카 [신천지의 악몽]에서는 도전과 응전의 매커니즘이 설명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그냥 지구의 진화 과정을 흉내내고 있군요. 마치,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로, 파충류에서 포유류로의 진화가 자연의 순리라도 되는 것처럼요.

듀나 영화가 진화의 매커니즘을 전혀 밝히고 있지 않으니 특별히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겠죠. 게다가 이 정도 엉터리야 할리우드 SF 영화에 부글거리지 않나요? 중요한 건 아이디어의 진실성보다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입니다.

파프리카 [에볼루션]은 아이번 라이트먼의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와 여러모로 유사한 작품입니다. 적당히 코믹한 괴짜들이 지구를 말아먹을지도 모르는 정신 나간 상황에 맞서 싸운다는 기본 구조를 그대로 다시 써먹고 있어요. 운석에서 탄생한 괴상한 괴물들도 기본적으로는 [고스트 버스터즈]의 유령들과 다를 게 없어요. 샴푸로 괴물들을 퇴치하는 결말 역시 [고스트 버스터즈]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 않아요.

듀나 그런 면에서 데이빗 듀코브니가 이 영화와 [엑스 파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주장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는 배우로서 여전히 약간 멍한 듯한 폭스 멀더의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와 쓰고 있고 그의 주변에는 외계 생물들과 정부의 비밀주의가 부글거립니다. 게다가 그와 의견차로 투닥거리는 여자 상대는 빨강 머리 줄리안 무어잖아요.

파프리카 줄리안 무어는 클라리스 스탈링 이미지와 빨강 머리로 자연스럽게 스컬리와 연결됩니다. 하지만 툭하면 쿵쿵 넘어지는 그 사람의 캐릭터는 라이트먼의 코미디인 [주니어]의 엠마 톰슨 캐릭터와 연결되기도 해요.

쇼핑몰의 괴물

듀나 말장난 하기는 싫지만 결국 듀코브니나 라이트먼이나 영화 제목과는 달리 '진화'한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라이트먼은 십여년 전에 한 성공작을 그대로 다시 복사하려 하고 있어요. 물론 필 티펫의 특수 효과는 이 영화에 새로운 비주얼을 덧붙여 주지만 그뿐입니다.

파프리카 사실 전 왜 [고스트 버스터즈]가 성공했는지 모르겠어요. 재미없게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듀나 당시 특수 효과를 쓴 대규모의 스펙타클 영화가 요새만큼 많지 않았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지요.

파프리카 반복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에볼루션]도 [고스트 버스터즈]만큼은 괜찮은 영화라는 거예요?

듀나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단지 그 동안 관객들의 취향과 눈높이가 바뀐 것뿐입니다. 전 영화를 보면서 가끔 실실 웃었고, 특수 효과 장면들을 즐겼으며, 액션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면 전 대충 만족이에요. 그 이상을 기대하고 가지도 않았으니까요. 물론 그 정도 배우들을 기용했으니 캐릭터가 조금 더 재미있었으면 좋았겠죠(특히 줄리안 무어는 낭비된 느낌이에요.) 하지만 전 이 정도로도 괜찮았어요. (01/06/29)

D&P

기타등등

언제나처럼 그 외계 생물들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어디에서 온 건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