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크 투르뇌 Jacques Tourneur

주연
헤디 라마....알리다 베드로
Hedy Lamarr....Allida Bederaux
조지 브렌트....헌팅턴 베일리 박사
George Brent....Dr. Huntington Bailey
폴 루카스....닉 베드로
Paul Lukas....Nick Bederaux
앨버트 데커....클랙
Albert Dekker....Clag
칼 에스몬드....메이틀랜드
Carl Esmond....Maitland
올리브 블레이크니....시시
Olive Blakeney....Cissie
조지 N. 나이스....알렉
George N. Neise....Alec
마가렛 위철리....매기
Margaret Wycherly....Maggi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리다

자크 투르뇌의 [위험한 실험]은 지옥으로 떨어진 [마이 페어 레이디]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옥보다는 [가스등]으로 떨어졌죠. 이 영화를 자크 투르뇌 버전 [가스등]이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간략하지만 그럭저럭 먹히는 설명입니다.

마가렛 카펜터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헌트 베일리라는 의사가 기차에서 시시라는 중년 여인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시시는 다음 날 동생인 닉의 집에서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고,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베일리는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동생 부부에게 접근하고 그러다 닉의 아름다운 아내 알리다에게 반해버립니다. 그것만으로도 심각하지만 진짜 문제는 닉이 알리다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며 베일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알리다 역시 그렇게까지 멀쩡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죠.

이 영화엔 엄청난 미스터리는 없습니다. 모두 보이는 대로죠. 닉은 아내를 독점하고 정신병자로 몰아붙이는 위험한 인물이고 알리다는 아름답고 연약한 희생자입니다. 베일리는 그런 알리다를 구출하는 백마 탄 기사고요. 미스터리가 있다면 그 상황의 디테일입니다. 왜 닉은 그런 일들을 저지르는 것인가?

베일리가 사건을 파헤치면서 그 비밀이 하나씩 밝혀집니다. 그는 사악한 피그말리온입니다. 시골 구석에서 데려온 아름다운 소녀를 때빼고 광내어 아내로 삼은 뒤 유럽에서 가져온 조각상처럼 소유하려 하지요. 아내가 조금이라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면 살인도 서슴지 않고요. 닉의 이런 태도에는 계급의식과 강압적인 가부장적 태도 그리고 정신분석으로 풀면 딱 맞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습니다. 심심할 때 가지고 놀기 좋죠.

여기서 정말 재미있는 것은 서스펜스물로서 영화의 태도입니다. 20세기초의 뉴욕이 시대배경이니 느와르 영화라고 불리울 수는 없겠죠. 하지만 투르뇌는 이 장르의 꽤 많은 부분을 이 영화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불분명하고 모호한 캐릭터나 사건들 사이에서 천천히 싹터오르는 음울한 그림자극인 것이죠. 루튼 시절의 공포 영화들만큼 확실한 인상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한 건 사실입니다. DVD 대신 콘트라스트가 분명한 필름으로 보았다면 느낌이 더 좋았을 수도 있었겠어요. (06/06/29)

DJUNA

기타등등

영화의 제목은 히포크라테스의 유명한 금언인 "Life is short, the Art is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ence delusive, judgment difficult"에서 따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