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올리버 파커 Oliver Parker

주연
대니 휴스턴....오슨 웰즈
Danny Huston....Orson Welles
디에고 루나....토마소
Diego Luna....Tommaso
파스 베가....레아 파도바니
Paz Vega....Lea Padovani
크리스토퍼 월큰....CIA 요원
Christopher Walken....CIA Agent
안나 갈리에나....아이다
Anna Galiena....Aida
나다니엘 파커....비올라
Nathaniel Parker....Viola
피노 아멘돌라....그레고리 라토프
Pino Ammendola....Gregory Ratoff
다니엘 체르케이라....'럭키' 루치아노
Daniel Cerqueira....'Lucky' Luciano
세멜리 에코노모우....비앙카
Semeli Economou....Bianca
콰메 크웨이-아르마....조 블랙
Kwame Kwei-Armah....Joe Black
비올란태 플라치도....스텔라
Violante Placido....Stella

오슨 웰즈

[어둠 속으로 사라지다]의 원작은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 다비데 페라리오가 1994년에 쓴 추리소설 [Dissolvenza al nero]입니다. 이 소설을 존 세일즈가 각색한 각본이 잠시 돌아다니다가 올리버 파커에게 넘어가 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IMDb엔 존 세일즈의 이름이 올라와 있지 않군요.

이 영화에서 가장 튀는 설정은 주인공이 오슨 웰즈라는 사실입니다. 리타 헤이워드와 결혼이 파탄난 그는 이탈리아로 날아가 [흑마술]이라는 영화를 찍는데, 그만 그 영화의 단역배우가 살해당하고 맙니다. 호기심이 동해 전직 형사인 운전사 토마소와 함께 수사에 나서던 웰즈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뒤지다 암살 명단을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그 명단에는 그 자신의 이름도 올라와 있었어요.

솔직히 전 실존인물을 허구에 끌어들여 주인공으로 삼는 유행엔 슬슬 진력이 납니다. 가끔 하면 재미있지만 요샌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설정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상하이에서 온 여인]과 [악의 손길]의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배배꼬인 살인사건과 마주친다니 어찌 근사한 설정이 아니란 말입니까.

네, 이 영화는 이탈리아를 무대로 컬러로 찍은 필름 느와르입니다. 단지 웰즈의 느와르들과는 달리 꽤 정치적이고 음모의 스케일도 크지요. 암살 명단에는 기독교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인상 나쁜 공산당원들이 용의자로 몰리며 수상쩍은 미국인 외교관과 마피아가 주변을 얼쩡거리는 동안 숲 속에서는 쿠데타를 준비하는 무기들이 배달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원작자인 페라리오는 사실 비중이 꽤 높다고 주장하고 있고 제가 보기에도 그의 말이 거짓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48년 이탈리아에서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죠. 물론 그런 사건들에 오슨 웰즈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은 제로지만요.

영화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을까요? 글쎄요. 이 영화의 오슨 웰즈는 꼭 웰즈처럼 행동합니다. 그처럼 달변가이고 인정받지 못하는 천재 예술가죠. 리타 헤이워드와의 결혼, [흑마술] 출연, [오델로] 제작과 같은 전기적 사실도 적절하게 삽입되고요. 심지어 그의 영화적 스타일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를 완벽한 장르물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는 선택도 타당합니다. 아무리 자기 세계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예술가라고 해도 실제 세계에서는 평범할 수밖에 없죠.

문제가 있다면 올리버 파커의 영화가 오슨 웰즈의 영화만큼의 분명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니 휴스턴의 연기나 외모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웰즈와 닮았지만 결국 유명인 흉내로 보일 수밖에 없고요. 우린 우리가 알고 있는 웰즈의 상에 맞추어 파커의 영화와 휴스턴의 연기를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손해보는 장사죠.

그래도 이야기는 재미있고 페이스는 좋은 편이며 허구와 사실의 충돌은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의 논리적 구성이 좀 헐겁긴하지만 필름 느와르라는 장르는 그렇게까지 엄밀한 이야기를 요구하지는 않죠. (06/11/09)

DJUNA

기타등등

로케이션 장면들은 대부분 세르비아에서 찍은 모양이더군요. 이탈리아인인 척하고 나오는 주연 배우 둘은 모두 스페인어 권 사람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