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신연식

주연
안성기....형만
이하나....남은

남은과 형만

[페어 러브]는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세계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영화판에서는 더 자주 일어나지요. 남성 스타들이 딸 또래의 배우를 파트너로 요구하는 건 흔한 일이니 말입니다.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형만은 그런 주인공들의 느끼함이 조금 덜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50대 초반의 카메라 수리 전문가입니다. 업계 안에서는 실력으로 유명하지만 돈도 잘 못 벌고 사교성도 그리 좋지 못하죠. 게다가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젊은 여자 남은은 자기 돈을 떼어 먹고 달아났다가 암으로 죽은 친구의 딸입니다.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가 없지요. 다시 말해 형만은 이 관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은에게 질질 끌려다닙니다.

그럼 남은은 어떨까요? 전 모르겠습니다. 섬세한 캐릭터와 심리묘사가 따라가는 형만과는 달리 남은은 일종의 미스터리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작가 신연식이 남은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남은과 같은 젊은 여자가 형만과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신연식은 남은이 왜 그러는지 잘 모릅니다. 그냥 대충 짐작만 할 뿐이지요. 아니, 남은만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여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여자들이란 예쁘고 어리고 유치하며 이상한 제의와 요구로 어리바리한 남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입니다.

영화의 진짜 내용도 연애 자체보다는 그 연애에 빠진 남자들의 중노동입니다. 만약 이들의 관계가 철저하게 성적인 것이었다면 그래도 형만은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면서 대한민국 이성애 커플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온갖 닭살 제의들을 모조리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도 쉰이 넘어서. 솔직히 자업자득입니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형수가 소개한 믿음 좋고 직장 좋고 성격 좋은 서른 아홉 짜리 여자분을 '아줌마'라고 거절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죠.

자전적인 영화라고 합니다. 신연식이 형만처럼 쉰을 넘겨 여자를 처음 사귀었다는 건 아니지만 형만이 이 영화에서 하는 손발 오그라드는 연애질 대부분은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할 때 직접 한 것이라는군요. 그는 지금의 아내와 만나기 전에 단 한 번도 연애를 한 적이 없었다니 자신을 연애 경험 없는 50대 아저씨로 형상화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10/01/07)

DJUNA

기타등등

[사과]가 그랬던 것처럼, 기독교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두 주인공들은 종교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신자거나 목사이고 성경 인용도 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