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남선호

주연
김유석....상훈
김호정....민경
이순재....원조
강산....병국
이승채....무용강사
전혜진....학생

상훈과 민경

상훈은 몇 년 째 집에서 놀고 있는, 말만 영화 감독인 백수입니다. 민경은 그런 남편을 돌보면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전직 무용수고요. 원조는 본처에게 쫓겨나 막내딸 민경네 집에 얹혀 지내는 치매 노인입니다...

'말만 영화 감독'이라는 말이 설정에 등장할 때부터 우리는 감독 겸 각본가인 남선호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실제로 감독의 가족 구성은 영화와 똑같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정말 민경과 상훈네 집 이야기를 자서전적인 고백이라고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남선호는 지난 10년 동안 상훈보다 훨씬 생산적인 나날들을 보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 이야기가 남선호의 개인적인 경험과 죄책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긴 이 나라의 '예술하는 남자들' 중에서 이런 굴레에 얽혀 있지 않은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 때문인지 그의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는 고민없고 경박한 남편인 상훈보다는 가족의 경제를 짊어지고 아들까지 포함한 집안의 세 남자들 때문에 등골이 휘는 민경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드라마의 중심이 바뀐 것만으로 영화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모두들, 괜찮아요]는 일종의 반성문이고 러브레터입니다.

이 설정에는 보다 보편적인 구석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 상훈과 가부장으로서 같잖은 권력을 휘둘러대며 방탕하게 놀았다가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장인 원조는 이 나라 가족의 역학 관계에서 남편과 아버지라는 위치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들이 어떤 짐을 물려받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기술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종종 지나치게 그걸 강조하고 있어서 그 역시 자기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죠. 그 통에 노골적인 반성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짐은 민경의 어깨 위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요. 모든 게 좋게 끝나는 해피 엔딩 역시 분명한 태도 변화 없이 은근슬쩍 이야기를 맺으려는 술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다른 방도도 없었겠지만.

소재를 보면 당연하지만 영화는 징그러울 정도로 밋밋한 현실 세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남선호는 펠리니의 [8과 1/2]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고, 한 번 정도 펠리니 풍의 환상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의 건조한 현실성을 극복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건 단점도 아니고 장점도 아닙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선택기준은 될 수 있겠죠. (06/03/09)

DJUNA

기타등등

김유석이 [신곡]의 유명한 도입부를 좋아하는 러시아 시라고 인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러시아 시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김유석이나 남선호 모두 러시아 유학파라는 건 알겠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죠. 유명한 시라서 그냥 잘못 인용한 것 같지도 않고... 김유석 캐릭터의 스노비즘을 비꼬는 거라고 하기에도 좀 모자라고... 괜히 이상한 것에 머리가 잡혀서 골치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