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주연
바바라 해리스....블랜치
Barbara Harris....Blanche
브루스 던....조지 럼리
Bruce Dern....George Lumley
윌리엄 디베인....애덤슨
William Devane....Adamson
카렌 블랙....프랜
Karen Black....Fran
에드 로터....멀로니
Ed Lauter....Maloney
캐슬린 네스빗....줄리아 레인버드
Cathleen Nesbitt....Julia Rainbird
캐서린 헬몬드....멀로니 부인
Katherine Helmond....Mrs. Maloney
워렌 J. 케멀링....그랜디슨
Warren J. Kemmerling....Grandison
이디스 앳워터....클레이 부인
Edith Atwater....Mrs. Clay
윌리엄 프린스....주교
William Prince....Bishop
니콜라스 콜라산토....콘스탄틴
Nicholas Colasanto....Constantine

1.

가짜 영매인 블랜치와 택시 운전사 조지는 사기꾼 콤비입니다. 블랜치가 의뢰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면 조지가 그걸 부풀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그걸 바탕삼아 블랜치가 또 의뢰인에게 또 사기를 치는 식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상당히 큰 사건을 맡습니다. 줄리아 레인버드라는 할머니가 잃어버린 조카를 찾아주면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한 것이죠. 졸지에 블랜치와 조지는 서툰 탐정이 되어 조카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러는 동안 애덤슨과 프랜이라는 유괴범 콤비와 길이 마주치게 됩니다...

2.

[패밀리 플롯]에는 이전 히치콕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플롯 시도가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두 가지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다가 중간 쯤에 그 두 이야기를 합치는 것이죠.

어네스트 레만의 각본이 빅터 캐닝의 원작 소설에서 얼마나 많이 빌려왔는지는 모르지만, 줄거리를 보면 히치콕 영감이 왜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도전할 거리가 많은 거예요. 히치콕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러나 히치콕의 시도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두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시키면서 흥미를 끌어내려는 시도는 좋았는데, 두 이야기의 대조가 분명하지 못해서 종종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못하는 거죠. 트뤼포가 지적했던 것처럼 악역 캐릭터가 약했다는 것이 그 불분명한 대조의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겁니다. 이 영화의 악역은 유능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거든요. 덕택에 블랜치와 조지 콤비의 서툰 탐정 행각은 덜 빛을 발합니다. 서스펜스도 떨어지고요.

당시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상당히 시대에 뒤떨어진 영화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는 [죠스]나 [프렌치 커넥션] 같은 영화들이 새로운 오락 영화의 스타일을 제시하던 때였으니까요. 요새 보면 당시 다른 영화들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영화가 나왔던 당시는 사정이 달랐을 거예요.

그러나 [패밀리 플롯]은 재미있는 부분도 많은 영화입니다. 우선 우리의 사기꾼 콤비로 나온 바바라 해리스(결코 그레이스 켈리 스타일은 아니지만 해리스는 히치콕의 마지막 금발 여자 주인공입니다)와 브루스 던의 능청맞는 연기는 무척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실패하기는 했을지 몰라도 새로운 플롯 시도 역시 도전할만 했고요. 괜찮은 카체이스 장면도 하나 있고 영화는 조금 경박하지만 유쾌한 유머로 가득 차 있습니다. [현기증]이나 [이창]처럼 굉장한 충격을 주지는 않지만 맘을 열고 보면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랍니다.

3.

[패밀리 플롯]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하는 진짜 이유도 그 때문이죠.

물론 이 작품은 [템페스트]처럼 은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히치콕은 그 다음 작품으로 [The Short Night]라는 영화를 준비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 문제로 그는 결국 그 영화를 포기했고 [패밀리 플롯]은 마지막 히치콕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보면 [패밀리 플롯]에는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이 발견됩니다. 어딘지 모르게 그가 이 영화로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군데군데 숨어 있죠.

그 중 가장 분명하게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작별 윙크입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면, 바바라 해리스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갑자기 윙크를 합니다.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 제스쳐죠. 흥미롭게도 히치콕은 윙크하는 자기 얼굴을 포스터 곳곳에 써먹기도 했습니다. 그는 당시 가벼운 농담을 하는 기분이었겠지만 결국 그 윙크는 늙은 거장이 관객들에게 남긴 작별 인사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01/03/19)

DJUNA

기타등등

히치콕은 중간에 사무실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