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엘 코엔 Joel Coen

주연
윌리엄 H. 메이시....제리 룬드가드
William H. Macy....Jerry Lundegaard
스티브 부세미....칼 쇼월터
Steve Buscemi....Carl Showalter
프랜시스 맥도먼드....마지 군더슨
Frances McDormand....Marge Gunderson
피터 스토메어....가이어 그림스루드
Peter Stormare....Gaear Grimsrud
크리스틴 루드루드....진 룬드가드
Kristin Rudrüd....Jean Lundegaard
하즈 프레스넬....웨이드 구스타프슨
Harve Presnell....Wade Gustafson
토니 덴먼....스코티 룬드가드
Tony Denman....Scotty Lundegaard

1. [파고]

많은 사람들의 조엘과 에단이 [허드서커 대리인]의 실수를 교훈삼아 그들의 본류로 돌아온 영화가 [파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왜 [허드서커 프록시]가 코엔 형제의 본류에서 벗어난 영화라고 여겨지는지 저희들은 전혀 모르겠답니다. 예외적인 면이 있다면 그 영화가 돈이 좀 많이 들어가고 스타들이 나왔다는 것 뿐입니다. [허드서커 대리인]에는 코엔 형제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모든 것들이 있었습니다. 장르에 대한 극단적인 집착, 차갑고 잘 계산된 유머, 정교하게 구성된 각본 같은 것들 말입니다. 조금 삐까뻔쩍해보이고 비싼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헐리웃 영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걸 제외하면 매우 전형적인 코엔 영화입니다.

하지만 [파고]는 다릅니다. [파고]가 본류로 돌아왔다는 말은 순전히 그들이 저예산 영화로 돌아갔다는 것 이상의 뜻은 없습니다. 사실 [파고]는 지금까지 그들이 만든 영화들 중 가장 '코엔' 풍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물론 [파고]에는 코엔 형제 고유의 터치가 남아 있습니다. 매우 코엔적인 사건들과 냉정한 기술, 블랙 유머, 그리고 양질의 배우들. 하지만 뭔가 다릅니다.

일단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적어도 영화 앞에 나오는 자막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뜻일까? 코엔 형제의 장르 애딕트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죠. 그들이 이런 적이 있었나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건들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파고 있던 영화 안의 재료들에서 벗어나서 진짜 사람들이 사는 진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이상할 정도로 장난을 덜 칩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구사해왔던 현란한 카메라 워크나 장르 꼬기 등은 이 영화엔 없습니다. 로저 디킨즈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화면을 선사하지만 [파고]의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신중하며 언제나 사건 자체 안에 숨어 있습니다.

놀라운 변화는 또 있습니다. 바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아름답게 연기한 마지 군더슨입니다. 지금까지 코엔 패거리들이 이런 인물을 영화 속에 심어놓은 적이 있던가요? 코엔 형제가 지금까지 다루어왔던 등장인물들은 둘 중 하나였습니다. 1.사악한 코엔 형제가 만들어 놓은 혼란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블러드 심플]의 모든 등장인물들, [레이징 아리조나]의 H.I와 에드, [바튼 핑크]의 바튼 핑크, [허드서커 대리인]의 노빌) 2. 그 혼란 위에 군림하거나([밀러스 크로싱]의 톰, [바튼 핑크]의 립닉과 찰리, [허드서커 대리인]의 모지스.) 어느 쪽이건 그들은 진짜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가끔가다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괴물이거나 영리한 기계일 뿐이었죠.

하지만 마지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으로부터 독립적입니다. 그녀는 1번 항목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총명하지만 2번에 가담할 만큼 괴물도 아닙니다. 그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말합니다.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어요. 좋은 날씨라든가...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네, 정말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별로 변하지 않은 일상의 세계로 '감히' 돌아오는 것입니다.

놀랄 일입니다. 코엔 형제는 마지를 통해 자기네 영화에 '인간적인 요소'를 심어 넣었습니다. [파고]는 예전의 코엔 영화들처럼 영리할 뿐 아니라 심장까지 덤으로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둘다 아기 아빠가 되니까 뭔가 달라지는 모양이에요.

2. 미네소타

[파고]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미국 중북부 사람들의 기묘한 세계를 살짝 엿보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황당해보입니다. 일단 그 황당한 사투리를 들어보세요. 그 절묘한 억양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벌목꾼 선조들로부터 전해진 악센트가 중북부 사투리에 섞인 뒤 캐나다 것이 살짝 첨가된 음성학적 칵테일입니다. 그런 말투에 뻣뻣하고 둔감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들의 태도가 결합되면 웃음이 저절로 나와요. 왜 미네소타 사람들이 그렇게 놀림을 받는지 이제 알겠어요. :-)

그 동네에 안 살아봐서 모르지만, 코엔 형제들이 묘사한 세심한 디테일은 대부분 매우 사실적이라고 하더군요. 당연하지 않겠어요, 자기네 고향인데? 그러니 자기 고향 사람들을 보복으로 놀려댔다는 말을 듣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3. 마지

네, 또 마지입니다. 이 인물과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정말 자꾸 칭찬하고 싶군요. 마지 군더슨은 최근 몇 년 동안 영상 매체가 묘사한 탐정들 중 가장 흥미진진한 인물입니다. 고명하신 제인 테니슨 총경 다음에 놓을 수도 있어요. 남편 교육을 시키는 수준까지 계산한다면 제인보다 한 수 위일지도 모르겠군요. :-) 하여간 커다란 눈을 순진하게 껌뻑거리면서 능청스럽게 사건을 풀어가는 마지의 캐릭터는 어딘가 브라운 신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고전적이면서도 신선합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은 당연할 것 같군요. 늘 이 배우를 좋아했는데, 이번 역은 적역이었어요. 참, 전 이 배우를 진짜 본 적 있어요. [로젠즈바이크 자매들] 중 한 명이었지요. 조금 부지런하게 뛰어서 사인이나 받아둘 걸... :-(

4. 그리고...

언제나처럼 코엔 패거리들의 영화는 배우들이 좋습니다. 맥도먼드 이외에 눈에 뜨이는 배우는 제리 역의 윌리엄 H. 메이시 (전 이 사람도 [올레나] 공연 때 직접 본 적 있어요! :->)와 스티브 부세미입니다.

얼마 전에 [파고]의 티비 시리즈화가 추진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이 나올 듯도 해요. 이 영화는 어딘가 티비 시리즈의 파일럿 같은 냄새도 풍기니까요.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피켓 펜시즈] 비슷한 시리즈가 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안 나올 거랍니다. 그럼 뭣하러 보나? (97/01/05)

D&P

기타등등

텔레비전 시리즈 계획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습니다. 잘 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