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윌리엄 말론 William Malone

주연
스티븐 도프....마이크 라일리
Stephen Dorff....Mike Reilly
나타샤 맥켈혼....테리 휴스턴
Natascha McElhone....Terry Houston
스티븐 리....알리스테어 프랫
Stephen Rea....Alistair Pratt
우도 키에르....폴리도리
Udo Kier....Polidori
아멜리아 섕클리....드니스
Amelia Shankley....Denise
제프리 콤스....사익스
Jeffrey Combs....Sykes
나이젤 테리....턴불
Nigel Terry....Turnbull
제신 쿠크로프스키....지니
Gesine Cukrowski....Jeanni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테리와 마이크

[피어닷컴]의 소재는 공포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은 48시간 안에 자기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들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죽죠. 우리의 주인공은 보건부 소속의 과학자 테리 휴스턴과,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연쇄 살인마를 뒤쫓는 형사 마이크 라일리입니다. 이들은 자기네들의 목숨을 걸고 사이트에 접속하다가 살해당한 여자의 유령과 마주치게 됩니다. 네, 위에 있는 포스터의 모델이 바로 그 유령입니다.

[피어닷컴]은 인터넷 시대의 [비디오드롬]입니다. 아니, 그보다 [링]에 더 가깝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첨단 매체의 의미를 읽는 대신, 이런 매체들을 고전적인 귀신 원혼 달래기 이야기와 결합하려는 게 이 영화의 의도니까요.

이런 소재는 이미 [엑스 파일]이나 [밀레니엄]에서 오래 전에 다룬 적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아니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피어닷컴]이 [엑스 파일]이나 [밀레니엄]보다 서툴게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거죠. 두 시리즈의 인터넷 에피소드들은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지적이고 서스펜스가 넘쳤으며 짜임새가 있었지요. 그에 비해 [피어닷컴]은 이런 텔레비전 에피소드들을 맥없이 따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극적 구조 자체가 어느 정도 텔레비전 시리즈 같아요. 예를 들어 테리와 마이크의 관계는 멀더나 스컬리처럼 서로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나 더 잘 맞는 것입니다. 영화에 나온 것 정도로는 별 설득력이 없죠.

이야기도 그렇게 흥미롭지 못합니다. 일단 설득력부터가 떨어져요. 전 아직도 이 영화의 유령이 어떻게 피어닷컴이라는 도메인 네임을 등록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중입니다. 추리물의 구성도 따분하고요. 고문 취향의 살인마가 희생자를 잡고 있는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큰 문제죠.

영화는 값싼 공포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해주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윌리엄 말론의 전작 [헌티드 힐]은 적어도 요란한 롤러코스터와 같은 자극이라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자극도 없더군요. 있는 건 스타일의 과시뿐인데, 그것도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특수 효과가 쓰여진 장면은 [헌티드 힐]의 잔재같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세븐]의 서툰 모방처럼 보여요.

나타샤 맥켈혼이나 스티븐 리는 다른 영화들에서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들 몽유병자들 같습니다. 모두 "어쩌다가 내가 이 영화에 말려 들었지?"라고 쓴 딱지를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보여요. 형사로 잠시 나오는 제프리 콤즈 역시 무척 평범합니다. 하긴 이 사람은 말론의 전작 [헌티드 힐]에서도 평범하게 보였지요.

이 영화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장면들은 모두 다른 영화들에서 훔쳐온 것입니다. 우선 노골적인 인용으로 공을 들고다니는 금발 머리 소녀의 유령을 들 수 있죠. 이 아이는 당연히 [킬, 베이비... 킬!]의 여자 아이 유령과 [토미 대밋]에 나오는 악마의 의식적 모방입니다. (의심나신다면 이 사진을 한 번 보세요.) 테리가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 역시 다리오 아르젠토의 [인페르노]의 수중 장면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나요?

윌리엄 말론이 [피어닷컴]으로 무얼 시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뭔가 의도하려는 것이 있었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구현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역시 배우들처럼 중도에 포기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거든요. (02/08/19)

DJUNA

기타등등

드니스를 연기한 아멜리아 섕클리는 [드림 차일드]에서 어린 앨리스 리델을 연기했던 배우입니다. 나이 든 모습은 처음 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