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임스 웡 James Wong

주연
데븐 사와....알렉스 브라우닝
Devon Sawa....Alex Browning
앨리 라터....클레어 리버스
Ali Larter....Clear Rivers
커 스미스....카터 호튼
Kerr Smith....Carter Horton
크리스틴 클락....발레리 루튼
Kristen Cloke....Valerie Lewton
대니알 로벅....웨인 요원
Daniel Roebuck....Agent Weine
로저 귄버 스미스....쉬렉 요원
Roger Guenveur Smith....Agent Schreck
채드 도넬라....토드 와그너
Chad Donella....Tod Waggner
숀 윌리엄 스코트....빌리 히치콕
Seann William Scott....Billy Hitchcock
토니 토드....블러드워스
Tony Todd....Bludworth
아만다 데트머....테리 채니
Amanda Detmer....Terry Chaney
브랜든 퍼....조지 와그너
Brendan Fehr....George Waggner
포브스 앵거스....래리 무르나우
Forbes Angus....Larry Murnau
리사 마리 케이럭....크리스타 마시
Lisa Marie Caruk....Christa Marsh
크리스틴 채틀레인....블레이크 드라이어
Christine Chatelain....Blake Dreyer
바바라 타이슨....바바라 브라우닝
Barbara Tyson....Barbara Browning

어떤 할 일 없는 통계학자가 추락한 비행기의 탑승객들에 대한 통계를 낸 적이 있었다는군요. 결과는? 대부분의 추락한 비행기에 탄 승객들의 숫자는 평균 승객 수보다 적었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답니다. 평균 승객 숫자에서 탑승 승객 숫자를 빼면 예지 능력으로 피해를 모면한 사람들이 남는다고요.

과연 그런 통계가 사실인지도 모르겠고, 사실이라고 해도 통계학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날씨가 나빠서 비행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도 이런 통계를 들여다보며 우리 모두한테 있을지도 모르는 예지 능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아마 이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원안을 썼던 제프리 레딕도 그 통계를 읽었나 봅니다. 아니면 나중에 추락한 비행기 이륙 직전에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뛰어내렸던 수많은 승객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죠.

영화는 파리로 수학 여행을 떠나는 40여명의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들 중 한 명인 알렉스 브라우닝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죽음과 추락의 상징들이 그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걸 보죠. 이륙 직전의 비행기 안에서 잠시 졸던 그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꿈을 꾸고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뛰어 내립니다. 그 때문에 엉겁결에 7명의 다른 승객들까지 비행기에서 쫓겨나고요. 그런데 그 비행기가 정말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하, 이제 살았군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답니다. 비행기가 추락한 뒤에도 이상한 죽음이 살아남은 승객들을 하나씩 덮치기 시작했거든요.

여기서 이야기는 또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냅니다. 이미 우린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죠? [영혼의 카니발]에서 같은 아이디어를 보다 암시적으로 다룬 적 있으니까요. 죽음은 우리가 어떻게 위기에서 빠져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뒤를 계속 쫓는다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데스티네이션]은 그 아이디어를 보다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다룹니다. 영화는 이 아이디어를 살인마를 뺀 슬래셔 무비의 바탕으로 삼습니다.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죽이기'라는 슬래셔 무비의 기본 골격은 남아 있습니다. 단지 여기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살인마가 아니라 루브 골드버그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라도 튀어나온 것 같은 연쇄반응들입니다. 영화를 보면 꼭 [로드 러너와 코이요테] 쇼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괴상한 연쇄반응은 웃깁니다. 바보스럽기도 하고요. 그러나 늘 똑같은 살인마들보다는 재미있죠. '이번엔 어떤 괴상한 골드버그 연쇄반응이 일어나나'하며 다음 살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언제나처럼 살생부는 미리 나와 있지만 살인의 다양성 때문에 영화가 덜 지루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살생부도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알렉스는 실제로 자기 나름대로의 살생부를 만들어냅니다. 그건 곧 할리우드 사람들이 만들어낸 살생부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사악한 시나리오 작가의 음모를 알아낸 극중인물들이 필사적으로 작가의 음모에서 탈출하려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무지 피란델로 풍인 영화란 말이죠!

만약에 제임스 웡이 보다 노골적인 유머를 섞어가며 이런 소재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심각함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군요. 그런데 골드버그 연쇄반응과 심각함은 별로 어울리는 짝이 아니란 말입니다.

운명의 자체 논리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다루는 것도 좀 걸립니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게임 형식을 띠고 있으니까 자체 논리를 분명히 하는 것은 필요해요. 하지만 터무니 없이 초현실적인 이 설정 속에서 주인공들에게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죠. 영화는 터무니 없는 일련의 비약으로 이를 극복하려 했는데,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하군요. 차라리 본격적인 농담으로 나갔다면 더 어울렸을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이디어만 따진다면 뻔한 슬래셔 물보다 낫군요. [스크림]만큼은 아니어도, [데스티네이션]은 뻔한 슬래셔 무비의 공식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잘했다면 속편을 낼만큼 성공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었겠죠. (00/06/21)

DJUNA

기타등등

1. [도슨의 청춘일기]에서 앤디의 게이 오빠로 나오는 커 스미스가 이 영화에서는 스트레이트 터프 가이로 나오는군요. 게이 역으로 익숙해진 배우가 스트레이트 캐릭터를 연기하면 언제나 좀 어색해요.

2. 벌써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려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옛 호러 영화의 감독들이나 배우들의 이름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알렉스 '브라우닝', '발'레리 '루튼', '쉬렉' 요원, 빌리 '히치콕', 테리 '채니', 래리 '무르나우', 블레이크 '드라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