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거스 반 산트 Gus Van Sant

주연
숀 코너리....윌리엄 포레스터
Sean Connery....William Forrester
로버트 브라운....자말 월레스
Robert Brown....Jamal Wallace
안나 파퀸....클레어 스펜스
Anna Paquin....Claire Spence
F. 머레이 에이브러햄....로버트 크로포드
F. Murray Abraham....Robert Crawford
버스타 라임즈....티렐
Busta Rhymes....Terrell
에이프릴 그레이스....조이스 선생
April Grace....Ms. Joyce
마이클 피트....콜리지
Michael Pitt....Coleridge
마이클 누리....스펜스 박사
Michael Nouri....Dr. Spence
리처드 이스턴....매튜스
Richard Easton....Matthews
글렌 피츠제럴드....메이시
Glenn Fitzgerald....Massie
제인 R. 코플랜드 주니어....데이먼
Zane R. Copeland Jr.....Damon
스테파니 베리....재니스
Stephanie Berry....Janice
플라이 윌리엄즈 III....플라이
Fly Williams III....Fly
대매니 마티스....켄조
Damany Mathis....Kenzo
대미언 리....클레이
Damien Lee....Clay

포레스터와 자말

파프리카 거스 반 산트의 신작 [파인딩 포레스터]를 보면서 그의 [굿 윌 헌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두 영화가 저렇게 닮았나요. 배경만 살짝 바꾸어서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는 것 같습니다. 둘 다 빈민가에서 자란 젊은 천재가 나이든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이야기잖아요.

듀나 그래도 두 영화의 각본가는 다릅니다. [굿 윌 헌팅]의 각본가는 당시 무명이었던 배우 콤비인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었고, [파인딩 포레스터]의 각본가는 포틀랜드의 라디오 진행자인 마이크 리치입니다. 이들이 서로 알고지냈던 것은 절대로 아니고, 그렇다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표절했던 것도 아닙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파프리카 반 산트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그는 이런 이야기가 끌리는 모양입니다. 그의 동성애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죠. 이런 나이든 조언자와 젊은 제자 이야기는 이성애자 관객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쉽게 먹히는 동성애 성향 스토리가 아닌가요?

듀나 물론 그런 이야기가 끌렸으니까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만들었겠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각본의 유사점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파프리카 뭔가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요?

듀나 네, 제 생각엔 이 모든 것들이 '수학자'나 '작가'라는 직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해요.

'수학자'와 '작가'는 모두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 무용수라면 춤추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가수라면 노래를 불러줄 수 있지요. 운동선수라면 공던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요. 이 모든 것들은 동적인 직업이고 우린 눈과 귀를 활용해서 그들의 일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자와 작가는 연필을 쥐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들의 머리는 작업 중 핑핑 돌아가겠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연필을 놀리는 그들의 손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작업 자체를 직접 보여주는 건 꽤 까다로운 작업이죠. 결국 대부분 정공법을 포기하고 적당한 우회로를 찾게 되는데, 그런 우회로는 클리셰의 지름길입니다.

그렇다면 [굿 윌 헌팅]과 [파인딩 포레스터]가 비슷한 건 한쪽이 한쪽을 모방해서도 아니고 감독이 '작품 선택' 이상의 권한을 휘둘렀기 때문도 아닙니다. 단지 둘 다 비교적 쉬운 길을 택했는데, 어쩌다보니 그게 겹쳤던 거죠. 둘다 수학이나 문학과 별 상관 없는 방식으로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파프리카 아직도 줄거리를 이야기하지 않았네요. 제가 대충 정리해볼게요.

영화는 브롱크스 빈민가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자말은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특별히 성적이 튀지도 않고 학교 밖에서는 농구에 목을 매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자말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농구를 잘하는 운동 선수일 뿐만 아니라 아직 닦여지지 않은 문학적 천재거든요.

어느 날, 자말은 담력 테스트 내기를 하고 '창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노인네의 아파트에 잠입합니다. 중간에 들통이 난 자말은 가방을 팽개치고 달아나는데, 이를 통해 그와 노인네의 위태로운 우정이 싹트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 노인네는 젊었을 때 엄청난 소설 한 편을 남기고 잠적한 대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였습니다.

그런 자말의 삶에 또다른 변화가 생깁니다. 예비 시험 결과에 주목한 맨하탄의 대입 예비 학교에서 그를 농구 장학생으로 받아들인 거예요. 그는 주목할 만한 학생이 되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크로포드 선생은 그를 계속 괴롭힙니다.

듀나 참, 뻔한 이야기죠. 우린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잘 알고 있습니다. 크로포드는 자말을 궁지로 몰아가고 결국엔 포레스터가 응원군으로 나서겠죠. 그러보니 어딘지 모르게 [여인의 향기]와 닮은 구석도 있어요.

파프리카 관객들이 그런 걸 원하기 때문 아닐까요? 극적인 구원자 이야기엔 늘 사람 가슴을 설래게 하는 구석이 있어요. 일종의 소망 성취 환상이랄까요?

듀나 영화 전체가 소망 성취 환상인 걸요. 자말이 엄청나게 운이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농구 잘하지, 천재적인 작가지, 이쁘고 말 잘 통하는 여자 친구도 하나 있지, 게다가 현대 영문학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 문학적 조언자가 아닌가요? 불만일 게 뭐가 있어요? 아마 이 영화에 극적인 흥분이 부족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이런 친구는 아무리 속좁은 선생이 물고 늘어져도 결국 인정받게 되어 있어요.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안심하게 됩니다.

파프리카 그래도 자말의 고민은 결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후반에 모조리 풀린다고 해도요. 자말의 문제는 스파이크 리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폭력적이거나 끔찍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심각한 것들입니다.

자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냥 자신으로서 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농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지만 그런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롱크스의 흑인 구역에서 책벌레는 왕따당하기 십상이니까요. 그러다 간신히 자기 지적 능력에 맞는 학교로 옮겨왔지만 이번엔 그가 공들여 쌓아올린 이미지가 다시 그를 억누르는 흉기가 됩니다.

클레어와 자말

듀나 자말이 덜 천재이고 포레스터와 같은 어마어마한 조언자가 없었다면 그의 그런 고민은 훨씬 설득력 있었을 겁니다. 이런 주제는 기계장치의 신이 뚝 떨어지는 공식적인 이야기보다는 보다 사실적인 이야기에 더 잘 맞죠. 포레스터와 크로포드를 모두 없앴다면 자말의 이야기는 훨씬 더 잘 살았을 겁니다.

파프리카 크로포드야 죽여도 상관없지만 포레스터가 없어진다면 제목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어요?

듀나 하긴 포레스터와 자말의 이야기도 괜찮기는 합니다. 감정적으로 비교적 진실되며 둘 사이의 교감도 잘 표현된 편입니다. 문학이라는 작업에 대한 사실적인 접근법 역시 인상적이고요. 포레스터가 자말에게 주는 충고 대부분은 꽤 유익한 것이며 실제 세계에서도 제대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대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치고는 좀 싱겁습니다. 영화 어디를 봐도 포레스터가 특별히 대단한 작가라는 직접 증거는 없습니다. 그에게 쏟아지는 예찬이 전부죠. 그는 위대한 작가라는 장식을 달고 있는 평범한 노인네일 뿐입니다.

파프리카 하지만 각본가 마이크 리치는 '대작가'가 아니잖아요. :-) 포레스터의 작품 세계가 영화의 중심에 들어오려면 각본가가 그런 대작가의 비중에 맞는 작품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리치는 그처럼 에고가 엄청난 작가는 절대로 아니잖아요?

듀나 그는 심지어 자말의 글도 직접 보여주지 않습니다. 후반부에서 자말의 글이 낭독될 때, 그는 글을 직접 들려주는 대신 음악으로 처리해버리죠. 그 정도의 자신감도 없으면서 어떻게 '작가'에 대한 각본을 쓸 생각을 했을까요? 결국 그런 자신감 부족이 영화를 공식으로 몰고 갔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군요.

파프리카 배우들은 모두 좋습니다. 숀 코너리의 똥폼잡는 연기도 괜찮지만 전 로버트 브라운의 과장없는 조용한 연기가 더 맘에 들더군요. 안나 파퀸도 참 좋았는데, 역이 너무 작았어요. 캐릭터와 배우를 생각하면 조금 더 부풀릴 수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크로포드를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클레어로 채웠으면 어땠을까요? 그는 정말 시시한 악당입니다.

듀나 [파인딩 포레스터]는 날씬하게 잘 만든 별 셋 짜리 영화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서 안전한 길만 택한 흔적이 농후하군요. [굿 윌 헌팅]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요. (01/04/09)

D&P

기타등등

후반부에 카메오가 한 명 나옵니다.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눈치없이 노출시킬테니 금방 들통나겠지요. 하긴 영화보기도 전에 IMDb 같은 곳에서 알아낸 분들도 많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