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도미닉 카도나 Dominique Cardona
로리 콜버트 Laurie Colbert

주연
브룩 존슨....핀
Brooke Johnson....Finn
야나 맥킨토시....다이애나
Yanna McIntosh....Diana
마야 리터....젤리
Maya Ritter....Zelly
리처드 클라킨....폴
Richard Clarkin....Paul
나탈리 토리엘....제이미
Nathalie Toriel....Jamie
쥘 르마르....자비에
Gilles Lemaire....Xavier
앤드루 찰머스....맥스
Andrew Chalmers....Max
샹탈 콜....이브
Chantel Cole....Eve
게일 모리스....낸시
Gail Maurice....Nancy

젤리와 핀

불임전문의 핀 제프리스의 삶은 지금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1년 전에 유방암으로 여자친구 낸시를 잃었지요, 낸시의 업을 이어 일하고 있는 낙태 클리닉에서는 툭하면 살인협박이 날아들지요, 게다가 낸시가 낳은 딸 젤리와의 관계도 형편없습니다. 조금만 삐끗해도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같으면 일단 낙태 클리닉을 맡을 다른 사람을 찾아보고, 딸과 같이 지낼 시간을 내려 노력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자청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존심 같은 건 무시하고 당장 받아들일 것이며, 젤리가 어른이 될 때까지 대마초는 집에서 퇴출시킬 것입니다. 대마초에 대한 핀의 정치적/과학적 입장이 뭐건 간에요.

물론 핀은 이들 중 어느 것도 안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전 이 캐릭터가 참 별로라고 느껐습니다. 물론 외부 상황이 나쁘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좋은 부모는 아니었던 게 분명해요. 부모의 책임이 필요한 모든 일들은 다 낸시가 했을 거고 핀은 그냥 자기 멋대로 살았겠죠. 보지 않아도 뻔해요.

물론 핀은 할 일이 많고 할 말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정치적이죠. 영화는 핀을 통해 굉장히 많은 이슈들을 건드리고 있어요. 낙태 논쟁, 동성애자 대안 가족의 가능성, 여성의 육체를 바라보는 과학계의 입장과 같은 것들이죠. 핀의 삶은 이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릇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뻣뻣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어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잊고서는 단 한 마디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합니다. 그러지 않는 경우도 일부러 그러는 게 너무 티가 나서 기가 찰 지경이지요.

물론 현실 세계에서 정치적 입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정치보다 더 깊게 다루어야 할 테마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자/엄마의 죽음이지요. 낸시가 죽은 건 겨우 1년 전입니다. 여전히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영화에서도 낸시를 자주 언급하긴 합니다만... 언급만 할 뿐입니다. 그 상처를 제대로 보여주지를 못해요.

더 문제인 건 영화가 후반에 갑자기 장르물로 돌변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장르일까요? 주인공의 직업과 이 영화의 테마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전 이 역시 어느 정도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우선 극적 구조상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걸 넣으면 불필요한 사족이 생기죠. 게다가 그 소재는 이렇게 어설픈 반전처럼 숨겨넣는 대신 정공법으로 정직하게 치고 나가야 효과가 있지요.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하지만 이번 여성영화제에 바로 그런 영화가 하나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보세요. (09/04/13)

DJUNA

기타등등

젤리로 나오는 마야 리터가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