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O. 러셀 David O. Russell

주연
벤 스틸러....멜 코플린
Ben Stiller....Mel Coplin
패트리샤 아퀘트....낸시 코플린
Patricia Arquette....Nancy Coplin
테아 레오니....티나
Téa Leoni....Tina
메리 타일러 무어....코플린 부인
Mary Tyler Moore....Mrs. Coplin
조지 시걸....코플린 씨
George Segal....Mr. Coplin
릴리 톰린....메리
Lily Tomlin....Mary
알랜 앨다....리처드
Alan Alda....Richard
조시 브롤린....토니
Josh Brolin....Tony
리처드 젠킨스....폴
Richard Jenkins....Paul
실리아 웨스턴....발레리 스와니
Celia Weston....Valerie Swaney
글렌 피츠제럴드....로니
Glenn Fitzgerald....Lonnie

멜과 낸시

데이빗 O. 러셀의 [디제스터]는 친부모를 찾아나서는 남자의 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여러분은 끈끈한 포옹과 눈물로 장식된 진지하고 조금은 감상적인 멜로드라마를 연상할 겁니다. 이런 소재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포장되어 왔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멜 코플린은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운좋은 남자가 아닙니다. 일단 그를 연기한 배우가 벤 스틸러인 걸요. 자신의 유전학적 뿌리를 찾으려는 이 남자의 단순한 소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앙에 점점 힘을 잃어갑니다. 친부모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입양 센터의 실수로 연결된 딴 사람들이고, 박사 학위 논문을 핑계로 끼어든 입양 센터 직원 티나 때문에 그와 아내 낸시 사이의 갈등은 커져만 갑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낸시의 고등학교 동창인 FBI 요원과 그의 게이 애인까지 그들의 여정에 말려들지요. 간신히 찾아낸 친부모들도 결코 그가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니고요.

[디제스터]는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와 같은 영화입니다. 괴짜 유태인 커플인 멜의 부모 코플린 부부에 대해 알게 된 뒤부터, 이런 괴짜 집안에서 자라 우디 앨런식 컴플렉스로 가득 찬 남자가 된 멜이 보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멜이 만나는 사람들은 점점 괴팍하고 고약해지며, 덕택에 멜의 입장은 난처해져만 갑니다.

이런 소동을 다루는 데이빗 O. 러셀의 방식도 정말 얄밉기 그지 없습니다. 러셀은 이 영화 전체를 일종의 홈무비처럼 찍고 있습니다. 영화 음악은 절제되어 있고, 핸드헬드 카메라가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들 사이로 파고듭니다. 반쯤은 일부러 건조하고 반쯤은 주인공들과 함께 동요하는 이런 수법 때문에 멜이 겪는 모험은 더욱 처절해집니다.

[디제스터]가 백 퍼센트 성공한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종종 잔인할 만큼 유쾌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고 스타일도 영화의 내용과 어울리지만 그 무덤덤함 때문에 영화가 어디에도 가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신경을 박박 긁어대는 캐릭터들은 재미있지만 그냥 짜증이 나는 관객들도 많을 겁니다. 영화를 신나게 봤으면서도 도대체 이 영화가 하려고 했던 말이 뭐야? 하며 신경질을 내는 관객들도 있을 거고요.

그러나 영화는 실패한 부분보다는 성공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벤 스틸러에서부터 메리 타일러 무어, 릴리 톰린에 이르는 수많은 재능있는 배우들이 모두 근사한 장면들을 선보이고요. 여전히 [디제스터]는 흥미롭고 종종 예측불가능한 블랙 코미디이며, 90년대의 코미디 영화들이 미국 스크루볼 코미디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무엇보다 2001년에 [디제스터]를 보는 기분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5년 동안 주연인 벤 스틸러와 감독 겸 작가 데이빗 O. 러셀은 모두 훨씬 거물이 되었으니까요. 우선 [디제스터]는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나 [미트 페어런츠]로 이어지는 벤 스틸러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난처한 상황에 말려들어 고생하는 뻣뻣한 보통 남자는 이 영화가 처음일 겁니다. [쓰리 킹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영화의 괴팍한 블랙 유머의 씨앗을 [디제스터]에서 발견하고 흐뭇해 하실 수 있을 거고요. (01/08/29)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은 92분. 비디오는 90분 테이프에 맞추기 위해 엔드 크레딧 끝을 잘라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