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순례

주연
안도규....승윤
문소리....승윤엄마
박원상....승윤아빠
최규환....이주훈
최희진....조미선
손병호....권과장
정혜선....송여사
박인환....권선생

승윤과 승윤엄마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첫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하지만 형식상 네 편의 단편을 느슨하게 연결한 모양을 취하고 있으니 이전 [시선] 시리즈와 차별성은 그렇게 크지 않지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벌써부터 학교 공부와 과외에 시달리는 승윤이라는 소년을 통해 전개됩니다. 승윤엄마는 뭐든지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안달이고 승윤아빠는 그런 게 못마땅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승윤엄마가 다니는 구청에 새로 두 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남자 사원인 주훈은 직장 생활이 아주 어려운데, 그건 이 사람이 채식주의자에다가 술은 한 방울도 못 하기 때문이죠. 여자 사원인 미선의 담배 이야기도 잠시 들어가지만 주 이야기는 역시 주훈의 시련담입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이들의 직장 상사인 권과장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아이들을 캐나다에 보낸 기러기 아빠예요. 오래간만에 방학을 맞아 가족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과의 소통은 영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갑자기 송여사와 권선생이라는 노인 커플이 등장합니다. 중반에 들어서야 이들이 권과장의 부모라는 사실이 밝혀지지요. 권위적이기만 한 남편과 그 밑에서 눌려 살아오던 아내의 관계 재정립이 이 에피소드의 소재입니다.

[시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날아라 펭귄]도 유익한 영화입니다. 의미있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작품이죠. 네 에피소드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모두 한 번씩 생각하고 넘어갈만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영화가 [시선] 시리즈와 같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작품이 장편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인물들의 관계에 의해 느슨하게 연결된 단편 모음이니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구성에서 특별히 신선한 맛이 느껴지지 않죠. 여러 감독들의 개성과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었던 [시선] 시리즈와 비교하면 그냥 밋밋할 뿐입니다. 장편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하나의 주제를 잡고 장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전개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 이야기의 형식적 보수성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부 기관이 만든 공익영화인 [시선] 시리즈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다채롭고 신선한 접근법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아라, 펭귄]의 모양새는 80년대 문화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정말 보면서 향수가 팍팍 솟아오르더군요. 심지어 과연 이 작품이 그렇게 영화적인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정보는 대부분 주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고 러닝타임의 8,90퍼센트 정도는 거의 영상정보가 필요없거든요. 고정관념에 종속된 캐릭터들 역시 기존의 선입견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시행착오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다음 영화가 무사히 나올 수 있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시다시피 그 쪽 사정이 별로 안 좋지 않습니까. (09/09/10)

DJUNA

기타등등

저에겐 두 번째가 엄청 와닿더군요. 보면서 스트레스를 팍팍 받을 정도로. 사실 대한민국 회식문화는 제가 사회생활을 안 해도 되는 직업을 골라잡은 이유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