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버스비 버클리 Busby Berkeley

주연
주디 갈란드....조 헤이든
Judy Garland....Jo Hayden
진 켈리....해리 파머
Gene Kelly....Harry Palmer
조지 머피....지미 K. 메트카프
George Murphy....Jimmy K. Metcalf
마타 에거트....이브 미나르
Marta Eggerth....Eve Minard
벤 블루....시드 심즈
Ben Blue....Sid Simms

조와 해리

버스비 버클리의 [For Me and My Gal]은 보드빌 연예인들을 예찬하고 그들에게 영화를 헌정하는 서문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게 좀 사기성 짙은 선언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이 영화에서 보드빌 연예인들의 애환은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거든요. 영화의 시대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이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입니다. 당연히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당시 정세에 빗댄 전쟁 홍보물로 흘러갑니다. 영화가 끝나면 극장에서 전쟁 채권과 우표를 사라는 선전문구까지 나온답니다.

[For Me and My Gal]은 여러모로 예외적인 버스비 버클리 뮤지컬입니다. 일단 이 영화엔 그의 특기인 호사스러운 스펙터클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는 스테이지 뮤지컬 장면을 직접 담당하지도 않았답니다. 대신 그가 대부분 단순한 공식만을 취했던 드라마 부분의 밀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네, 영화 내용은 뻔해요. 사랑하는 연예인 커플이 전쟁으로 찢어졌다가 재회하는 이야기니까요. 남자는 그 동안 잠시 징집기피를 했다가 나중에 전쟁영웅이 되고요. 하지만 이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조와 해리의 캐릭터 묘사는 상당히 생생한 편이고 가차없기까지 합니다. 특히 이기적이고 얄팍한 연인인 해리의 묘사는요. 징집기피를 하기 위해 그가 자해하려고 하는 장면 같은 건 "저게 MGM 뮤지컬이 맞아?"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죠.

물론 여기서 정말로 빛나는 건 스토리가 아니라 주디 갈란드와 진 켈리라는 두 스타의 존재와 화학반응입니다. 이 영화는 두 사람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죠. 갈란드는 이 영화에서 자기 이름을 처음으로 제목 바로 뒤에 올렸습니다. 켈리는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고요. (무대에서 켈리의 공연을 본 갈란드가 직접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켈리는 여전히 영화 연기에 조금 낯설어하는 것 같고 그들의 장기를 펼칠만한 뮤지컬 장면들도 충분치 않지만 둘의 파트너 쉽은 그 자잘한 핸디캡을 어렵지 않게 극복해 냅니다. 심지어 노골적인 단점이 될 뻔한 것들도 여기서는 장점이 됩니다. 켈리의 다소 뻣뻣한 연기는 해리의 캐릭터 묘사에 오히려 더 잘 맞아 떨어지고 갈란드의 풍성한 연기를 적절하게 강조해주기까지 하거든요.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For Me and My Gal]은 뻔뻔스러운 전쟁홍보물이고 버클리의 현란한 안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갈란드와 켈리는 훌륭한 커플이고 뻔한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예상외로 알찹니다. 필요한 정보는 드렸으니 선택에 참고하시길. (05/02/23)

DJUNA

기타등등

"Why didn't you tell me I was in love with you?"라는 조의 대사는 주디 갈란드의 또다른 대표작인 [이스터 퍼레이드]에서도 재활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