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대우

주연
한석규....윤서
이범수....광헌
김민정....정빈
안내상....왕
김뢰하....조내시
김병옥....좌의정
오달수....황가
김기현....필사장이
우현....모사장이

광헌과 윤서

유익한 정보 하나. [음란서생]은 야한 영화가 아닙니다. '야하다'라는 표현은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이 영화에 그 단어가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섹스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김민정 누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는 마시길. 실망하실 겁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건 실제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대한 남자들의 상상입니다. 물론 상상도 충분히 야하게 구체화될 수 있긴 합니다만, 영화는 그러지 않습니다.

그건 이치에 맞습니다. 이 영화가 그리는 건 야한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야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거든요. 원래 제대로 된 도색물들은 욕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전문가들의 작품이죠. 그런 능력이 없다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습니까?

[음란서생]의 가장 큰 코미디 도구도 영화의 '안 야함'입니다. 굉장히 노골적이고 음란해 마땅한 소재들이 점잖은 사대부 양반의 신중하고 전문적인 작업을 통해 음란소설로 만들어지는 거죠. 영화는 '어떻게 하면 섹스를 안 야하게 만들 수 있을까' 머리싸고 연구한 결과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코미디 도구는 시대착오성입니다. 18세기 말에 일어난 척 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21세기 초 대한민국의 현대 사회의 이야기와 노골적으로 비슷하죠. 인터넷 댓글에서부터 야한 동영상까지 안 나오는 게 없어요. [음란서생]에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예의와 상식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훨씬 막 나가는 소극이예요. 적어도 전반부는요.

엉겁결에 인기 도색작가가 된 사대부 윤서를 중심으로 한참 발랄하게 전개되던 영화는 윤서를 사모하는 정빈이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오면서 갑자기 장르를 바꿉니다. 시대착오적인 농담이 갑자기 무겁고 피투성이인 로맨스로 전환되는 거죠.

물론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앞의 소극이 후반의 드라마에 충분한 기반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로맨스는 인터액티브 게임입니다. 상호작용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음란소설을 둘러싼 영화 전반부의 코미디는 철저하게 남자애들의 머릿속에서만 뱅뱅 도는 상상 게임이에요. 여성의 시점은 개입될 여지가 없지요. 당연히 정빈이 설 자리도 줄어들고요.

둘째, 진지한 드라마로 끌고 가기엔 캐릭터들이 약합니다. 정빈의 심리묘사는 피상적이고 윤서는 재수없죠. 특히 윤서가 정빈에게 저지른 짓은 아무리 봐주려 해도 용서가 안 됩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그랬니" 정도의 감정도 안 생겨요. "에라, 다들 맞아 죽어 싸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죠. 그러다 보니 윤서가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 몰려도 별 느낌이 안 들고 그의 고백에도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곧장 말해 이야기가 그냥 얇아요.

결국 이 모든 건 컨셉의 문제입니다. 두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사건이 설득력 없고 약한 고리였던 거죠. 차라리 작정하고 하나만 하거나, 더 강한 고리를 찾고 캐릭터에 무게를 부여했다면 좋았을 거예요.

이 치명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음란서생]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미술 좋고 배우들도 능숙하며 실패한 농담보다 성공한 농담이 훨씬 많아요. 앞으로도 자주 비교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처럼 분명한 스타일을 가진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술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몇몇 설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거죠. (06/02/14)

DJUNA

기타등등

과연 남성 게이물이 18세기 말 조선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요?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