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

주연
조엘 맥크리....조니 존스
Joel McCrea....Johnny Jones
로레인 데이....캐롤 피셔
Laraine Day....Carol Fisher
허버트 마샬....스티븐 피셔
Herbert Marshall....Stephen Fisher
조지 샌더즈....스코트 폴리오트
George Sanders....Scott ffolliott
알버트 바세르만....반 미어
Albert Bassermann....Van Meer
로버트 벤칠리....스테빈즈
Robert Benchley....Stebbins
에드먼드 그웬....롤리
Edmund Gwenn....Rowley
에두아르도 치아넬리....크룩 씨
Eduardo Ciannelli....Mr. Krug
해리 대븐포트....파워즈 사장
Harry Davenport....Mr. Powers

1.

1939년. 글로브지의 사장 파워즈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미적지근한 뉴스에 진력이 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전쟁을 코 앞에 둔 유럽에서 생생하고 그럴싸한 뉴스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의 대안은 외교나 국제 정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범죄 전문 기자 조니 존스를 특파원으로 유럽에 파견하는 것입니다!

존스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평화주의자 스티븐 피셔의 딸인 캐롤한테 반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자를 꼬실 여유도 없이 네덜란드 외교관 반 미어의 암살 사건과 마주치죠. 사건의 뒤를 캐는 동안 그가 알아낸 사건의 진상은...

2.

[해외 특파원]의 원작은 빈센트 쉰이라는 유럽 주재 특파원의 회고록 [Personal History]입니다. 물론 히치콕이 손을 본 영화들이 자주 그렇듯이 이 영화도 각본에 손을 댈수록 원작과는 멀어져 갔죠. 하긴 원작이 플롯 없는 에피소드의 나열이었으니 히치콕으로서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결과는 지극히 히치콕 식인 모험담입니다. 원작엔 가득했을 정치적 요소는 싹 사라졌죠. 정치적 암살과 음모에 대한 영화이면서도 히치콕은 어떻게든 영화를 비정치적으로 만들려고 기를 씁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끝나는 영화이면서도 영화 속의 악당이 나찌 독일이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요. 아무리 히치콕이 정치적 요소를 싫어했다지만 이건 좀 심했다 싶기도 하죠.

그러나 영화는 당시로서는 절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존스가 폭격을 받는 런던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하는 장면은 직접적인 메시지 용입니다. 영화는 당시 중립이었던 미국 관객들에게 세계대전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3.

[해외특파원]은 가장 자주 언급되는 히치콕 영화 중 하나입니다. [사이코]나 [현기증]처럼 도전적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모범적인 히치콕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잘 드러난 맥거핀의 활용에서 얼떨결에 위기에 휩싸인 남자 주인공, 히치콕식 지역 특산물 활용법, 위엄있는 히치콕식 악당에 이르기까지 정말 없는 게 없습니다.

영화는 고전적인 히치콕이기도 합니다. 암살 장면에서 풍차 장면, 추락 장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옥같은 히치콕식 아이디어들로 가득하죠.

그러나 이 영화가 [사이코]나 [현기증]처럼, 당시에 주었던 재미를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각본이요. 히치콕 영화가 원래 산만하고 구체적인 스토리 줄기에 신경을 안쓰긴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에는 문제가 꽤 많습니다.

처음 중간은 문제가 없습니다. 스토리는 빠르고 박진감넘치고 흥미진진합니다. 조니 존스도 그럴싸한 히치콕 주인공 역을 해내고요. 가끔 머리도 잘 돌아서 진상을 꽤 빨리 알아내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진상이 드러난 뒤로는 구멍이 생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존스한테 있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멍청해서 그 뒤에 이어지는 액션을 감당해내지 못하거든요. 그가 그럭저럭 잘하는 건 캐롤과의 연애인데, 막상 그게 필요할 때도 너무 둔하게 굴어서 일을 망쳐놓죠. 게다가 그는 마지막 암살 위협 이후엔 제대로 된 위험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결국 영화 후반부로 가면 그는 조역으로 물러나고 맙니다. 액션의 일관성이 사라지는 거죠.

히치콕의 의식적인 정치적 요소 삭제도 과연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일이 적국이라는 것 정도는 밝혀도 될 걸 그랬어요. [나는 비밀을 안다]와 같은 영화에서는 이런 조심스러움이 통했지만 [해외 특파원]이라는 제목을 단 영화에서는 좀 적극적이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이런 터치가 그 악몽과도 같은 히치콕 식 느낌을 추가하긴 하지만요.

4.

영화는 주연보다는 조연들이 재미있습니다. 로레인 데이와 조엘 맥크리는 평범하지만, 영국 신문기자로 나오는 조지 샌더스와 피셔 역의 허버트 마샬은 훌륭합니다. 특히 조지 샌더스의 그 느물거리는 듯한 우아함이 폴리오트라는 캐릭터와 결합한 결과는 흥미진진합니다. 폴리오트는 존스보다 훨씬 주연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 잘 알고 너무 느물거려서 정말로 주연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었지만요.

전체보다는 부분이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장면들이 아주 많습니다. 마지막 비행정 장면은 그중 압권이고요. 물론 공적의 일부는 특수 효과를 담당한 윌리엄 카메론 멘지스에게 돌아가야겠지요.

비평가들의 격찬에도 불구하고 [해외특파원]은 [레베카]나 [사이코]와 같은 관객 흡인력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도 나름대로 새로운 재미를 얻어갑니다. 다시 볼 가치는 있는 영화예요. (99/11/19)

DJUNA

기타등등

1. 글로브 영국 특파원 스테빈즈를 연기한 사람은 바로 로버트 벤칠리입니다. 동명이인이 아닙니다. 알곤퀸 원탁의 그 벤칠리입니다. 벤칠리는 자기 대사를 직접 썼다고 하더군요.

2. 히치콕 카메오는 존스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신문을 읽으며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