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크라우스 Chris Kraus

주연
모니카 블리브트로이....트라우데 크뤼거
Monica Bleibtreu....Traude Krüger
한나 헤르츠스프룽....제니 폰 뢰벤
Hannah Herzsprung....Jenny von Loeben
스벤 피픽....뮈헤
Sven Pippig....Mütze
리키 뮐러....코발스키
Richy Müller....Kowalski
야스민 타바타바이...아이세
Jasmin Tabatabai....Ayse

제니와 트라우데

40년대까지만 해도 푸르트뱅글러의 격찬을 받을만큼 재능있는 피아니스트였던 트라우데 크뢰거는 전쟁 이후 몇 십 년 동안 죄수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봄, 그녀는 살인죄로 수감된 폭력적인 피아니스트 제니 폰 뢰벤을 만납니다. 첫 눈에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트라우데는 그녀를 콘테스트에 출전시키려고 하지만 제니가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아이일 리가 없습니다.

아닌 척 하고 있지만, [포 미니츠]는 문제아 천재 제자에게 새 인생을 열어주는 스승의 이야기입니다. 실화는 아니겠지만, 주인공 트라우데 크뢰거의 캐릭터는 거트루드 크뢰거라는 실존인물에 바탕을 두고 있다죠.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공식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리 낯간지러워도 정공법으로 치는 정통 멜로드라마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나죠.

하지만 [포 미니츠]는 결코 그런 영화가 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냥 깨져 있거나 망가져 있어요. 시간선은 쪼개져 거칠게 재배치되어 있고 성격 더러운 두 주인공은 이 익숙하고 감동적이어야 할 이야기가 민망해 죽을 지경입니다. 여기까지는 고의지만 기술적으로도 영화는 야심을 따라가지 못해요. 편집은 그냥 거칠고 영화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레즈비언 서브플롯은 원래 이야기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클라이막스의 공연도 재미있긴 하지만 진부함이 도전을 먹어버리죠.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래서 이 영화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재미요. 슈만과 슈베르트의 익숙한 음악이 나오는 동안에도 영화는 결코 우리를 안심시키지 않습니다. 언젠가 터져 나올 게 분명한 폭발 때문에 불안초조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지요. 그 폭발이 꼭 좋은 것이라는 법은 없고 그렇게 도전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서스펜스와 긴장감은 남아있어요.

가장 좋은 건 배우들입니다. 모니카 블리브트로이와 한나 헤르츠스프룽은 모두 다소 아슬아슬한 설정과 각본을 보완하며 설득력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무작정 튀려는 생각을 접고 이들에게 숨쉴 여유를 조금만 더 주었다면 영화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07/10/25)

DJUNA

기타등등

1. 트라우데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는 어쩜 그렇게 모니카 블리브트로이랑 꼭 닮았는지. 안경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2. 이 영화에서 가장 제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두 주인공이 아니라 음악광인 교도관 뮈헤였습니다. 딱한 사람이죠.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고 그 세계에 온 몸을 던지고 싶어하지만 재능은 눈꼽만큼도 없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그런 사람들에게 질투의 시선을 던질 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