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니 유 (우인태) Ronny Yu

주연
로버트 잉글런드....프레디 크루거
Robert Englund....Freddy Krueger
켄 커징거....제이슨 부어히스
Ken Kirzinger....Jason Voorhees
모니카 키나....로리 캠벨
Monica Keena....Lori Campbell
제이슨 리터....윌 롤링스
Jason Ritter....Will Rollins
켈리 롤랜드....키아 워터슨
Kelly Rowland....Kia Waterson
크리스토퍼 조지 마케트....찰리 린더만
Christopher George Marquette....Charlie Linderman
브렌든 플레처....마크 데이비스
Brendan Fletcher....Mark Davis
캐서린 이자벨....깁
Katharine Isabelle....Gibb
로클린 먼로....스코트 스텁스 부보완관
Lochlyn Munro....Deputy Scott Stubbs
카일 라빈....빌 프리버그
Kyle Labine....Bill Freeburg
톰 버틀러....캠벨 박사
Tom Butler....Dr. Campbell
데이빗 콥.....블레이크
David Kopp....Blake
폴라 쇼....파멜라 부히스 부인
Paula Shaw....Mrs. Pamela Voorhees
제시 허치....트레이
Jesse Hutch....Trey
잭 워드....바비 데이비스
Zack Ward....Bobby Davis

제이슨과 프레디

프레디 크루거와 제이슨 부어히스는 80년대 미국 저예산 공포 영화의 프리마돈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등장하는 영화마다 환호성 속에서 칼질을 해댔고 팬들의 앙콜 소리에 회답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덕택에 그들의 요란한 은퇴 선언은 끝도 없이 유보되었고... 결국 조인트 콘서트까지 나왔습니다. 바로 이 영화 [프레디 Vs. 제이슨] 말이에요.

[프레디 Vs. 제이슨]의 기본 아이디어는 유치합니다. 애들이 심심할 때 공터에 모여서 지껄이는 잡담들을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니까요. "수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원더우먼이랑 캣우먼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프레디랑 제이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런 이야기를 호러 영화 게시판에서 하면 이해라도 가지만 정말 영화로 만들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라고 질문했지만 사실 말이 됩니다. 프레디 크루거와 제이슨 부어히스는 고상한 영화적 가치를 위해 싸운 캐릭터들은 아닙니다. 돈과 인기가 보장되면 당연히 불려와야죠. 그리고 80년대 호러 영화 사상 가장 인기있는 두 캐릭터들을 같은 영화에 밀어넣는다면 정말 좋아라고 볼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80년대 슬래셔 무비에 별다른 애착이 없는 저같은 사람도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봤잖아요.

어떻게 둘을 싸우게 했냐고요? 그게 이렇습니다. 프레디의 악명은 서서히 엘름 스트리트에서도 잊혀지고 있습니다. 그에 화가 난 프레디는 지옥에서 제이슨을 불러 엘름 스트리트로 풀어놓죠. 제이슨이 엘름 스트리트의 젊은이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면 슬슬 이전의 공포가 되살아날 것이고 자긴 그 공포를 먹고 이전의 힘을 되찾는다는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제이슨은 슬슬 프레디의 먹이감까지 노리고, 또 프레디의 음모를 알아차린 일단의 틴에이저들이 그들을 막으러 나섭니다.

이 이야기가 먹힐까요? 뭐, 프레디와 제이슨이 정말 화면 위에서 싸웁니다. 그러니까 자기 할 일은 한 거죠. 만약 프레디와 제이슨이 싸워서 누가 이길지 궁금하신 분들은 가서 보세요.

그러나 호러 장르의 이종 격투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프레디 Vs. 제이슨]은 심심한 영화입니다. 일단 그 세기의 싸움에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는 걸요. 관객들이 느끼는 건 기껏해야 호기심입니다. 어느 쪽이 이겨도 '그냥 얘가 이겼구나...'하는 정도의 감정 이상을 가지지 못해요. 게다가 둘이 싸워서 한 쪽이 이기거나 지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요? 걔들은 늘 다시 살아났잖아요.

이들의 결투는 이종 격투기로 봐도 흥이 떨어집니다. 생각해보세요. 제이슨 부어히스는 우직하게 육체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마입니다. 하지만 프레디 크루거의 장기는 꿈을 조종하는 심리전이지요. 만약 한쪽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고 관객들의 감정 이입이 가능하다면 이건 괜찮은 설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종 격투기 영화에서는 상황이 다르지요. 당연히 온갖 변칙적인 핑계들이 도입되고 그 결과 맥이 풀려버리죠.

더 큰 문제는 이들 사이에 인간 캐릭터들이 들어와 주인공 행세를 한다는 것입니다. 감정 이입이 어려운 괴물들을 대신하는 이들의 위치는 참으로 한심합니다. 주인공들은 여전히 프레디와 제이슨이고 그들은 조역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인 척 해야 하니까요. 그들은 클라이맥스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고 싸움 도중 대단한 위기감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커서 프레디와 제이슨이 벌이는 세기의 대결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떨어져버리죠. 워낙 설정이 억지이니 각본이 좋을 리도 없고요.

[프레디 Vs. 제이슨]은 가면 쓴 배우들의 레슬링 중계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레슬링 중계는 짜고 한 티가 너무 심하게 나고 중간 휴식 시간도 필요 이상으로 많군요. 보고 나면 괜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야 시사회에서 공짜로 봤지만 그래도 36도까지 올라간 폭염 속에서 외출하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라고요. (04/08/17)

DJUNA

기타등등

호러 팬들은 로버트 잉글런드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을 겁니다. 제이슨 역은 케인 호더 대신 켄 커징거가 대신 맡고 있는데, 원래 이 역은 가면 쓴 덩치 큰 스턴트 더블이라면 다 할 수 있는 거고 호더 역시 유일한 제이슨 배우는 아니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주연 배우 모니카 키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자 이 사람의 야무진 개성이 거의 날아가버리고 브리트니 머피의 짝퉁 비슷하게 변했거든요. 캐서린 이자벨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지만 전 이 사람이 더 나은 호러 영화를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