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신시아 웨이드 Cynthia Wade

로렐과 스테이시

25년 동안 뉴저지 주 오션 카운티의 경찰로 근무해온 로렐 헤스터 경위는 폐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곁에는 5년 동안 같이 지내온 애인 스테이시가 있었으니 조용히 둘이서 인생 퇴장을 준비하는 게 정석이겠고 그 역시 가슴 벅찬 러브스토리가 되겠지만 딱하게도 세상이 그들을 그렇게 놔두질 않습니다. 프리홀더라고 불리는 오션 카운티의 시의원들이 동성 반려자에게 유족 연금을 지급하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죽는 것도 힘든데, 그냥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스테이시는 아직 젊고 직장도 있으니, 설마 굶어죽기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둘이 같이 짓다시피한 집의 모기지는 어떻게 합니까? 같이 자식처럼 기르던 애완동물들의 앞날도 위태로워지겠죠. 게다가 자신이 암과 싸우는 동안 발생한 의료비 지출은 어떻게 하고요? 그리고 암만 생각해도 자존심이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땅히 돈은 지불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라면 더더욱 그렇죠.

여기서부터 죽어가는 폐암 환자와 지방 정부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긍정적인 면은 로렐의 편이 많다는 것입니다. 옛 직장동료들, 이웃, 친구들, 여론 심지어 교회까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프리홀더들의 만장일치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들 다섯 명의 공화당원들 중 문제가 되는 건 딱 한 사람, 늘 '결혼의 신성함'에 대해 중얼거리는 존 P 켈리인데, 그는 암만봐도 논리나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바꿀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시아 웨이드의 [프리헬드]는 38분밖에 안 되는 짧은 영화로, 디테일을 고수하느라 시간을 질질 끌지 않습니다. 웨이드는 우리가 보아야 할 것과 볼 수 있는 것만 딱 간추려 보여줍니다. 그 간결함은 종종 오싹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급속도로 시들어가는 로렐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고통스러운 경험이지요. 아마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관객들도 이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서스펜스를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산문적인 절차들에 얽혀 있는 영화지만, [프리헬드]는 여전히 찡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암세포가 뇌까지 번져 비척거리는 환자가 이처럼 처절한 전쟁을 벌인 걸 다른 무슨 동기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본 영화들 중 돈이 이처럼 처절한 사랑의 징표로 등장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08/09/23)

DJUNA

기타등등

올해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분 수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