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휴이트 Peter Hewitt

주연
빌 머레이....가필드
Bill Murray....Garfield
브레킨 마이어....존
Breckin Meyer....Jon
제니퍼 러브 휴이트....리즈
Jennifer Love Hewitt....Liz
스티븐 토볼로스키....해피 채프먼
Stephen Tobolowsky....Happy Chapman
이브 브렌트....베이커 부인
Eve Brent....Mrs. Baker
닉 캐넌....루이스
Nick Cannon....Louis
앨런 커밍....퍼스니키티
Alan Cumming....Persnikitty
데이빗 아이젠버그....너멀
David Eigenberg....Nermal
데브라 메싱....알린
Debra Messing....Arlene

가필드와 존

0.0. [가필드]의 영화 버전을 보고 싶어하는 이 뚱뚱한 고양이의 팬들을 위해 아래 경고를 올립니다.

1.0. 만화 [가필드]의 동물 캐릭터들 중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건 주인공 가필드 하나 뿐입니다. 오디, 알린, 너멀은 모두 실제 개와 고양이들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작비 때문이겠죠. 얘들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면 제작비가 장난이 아닐테니.

1.1. 가필드는 그럴싸하게 그려지긴 했지만 주변 세계 속에 자연스럽게 융합되지 못합니다. 기술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너무나도 만화적 캐릭터인 이 고양이가 현실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렵고 다른 동물들과도 너무 달라보이기 때문이죠.

2.0. 이 영화의 존은 우리가 아는 존보다 훨씬 덜 극단적인 인물입니다. 원작의 존이 구제 불능의 기크였다면 영화 속의 존은 그저 사랑에 빠진 수줍은 젊은이에 불과합니다. 존이 사랑에 빠진 수의사 리즈도 영화 속에서는 원작의 얼음공주가 아닙니다. 역시 존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지요.

그 결과 [가필드]의 매력 중 하나였던 그 극단적으로 모욕적인 코미디는 사라졌습니다. 존은 리즈에게 차이지도 않고 데이트 상대들에게 멸시 당하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존은 존재 이유 반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그는 그저 가필드의 주인에 불과합니다.

3.0. 3칸 짜리 신문 만화를 장편 영화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가필드]의 작가들은 그 작업을 아주 만만하게 본 모양입니다. 작가들은 극도로 압축된 형태인 신문만화의 정수를 어떻게 장편영화로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건 안이한 가족 영화의 플롯에 그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그냥 끼워넣는 것이었죠.

3.1. 여기서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가필드의 일상으로 시작된 영화는 존이 리즈를 통해 오디를 입양하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원작에서 오디는 룸메이트 라이먼의 개였지요). 오디는 가필드의 실수로 가출했다가, 사디스틱한 연예인 해피 채프먼에 의해 납치됩니다. 가필드는 오디를 구하기 위해 나서고요. IMDb에 따르면 오디를 찾아 가필드가 도시로 가는 기본 줄거리는 1982년에 방영된 30분짜리 텔레비전 스페셜 [Here Comes Garfield]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3.2. 이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문제일까요? 아뇨, 논리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습니다. 원작의 세계에서도 오디가 정말 위기에 빠졌다면 가필드가 구하러 나섰을 겁니다. 있을 법한 일이에요. 하지만 30분짜리 텔레비전 스페셜이나 3컷 연재 만화에서나 그렇습니다. 1시간 반 짜리 장편 영화에는 맞지 않죠.

3.3. [가필드]의 매력은 줄거리에 있지 않습니다. 이 만화의 매력은 존과 가필드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슷비슷한 사건 속에 어떻게 캐릭터들의 과장된 개성이 투여되느냐입니다. 이것만 달성된다면 어떤 줄거리여도 상관없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에서 이 변변치 않은 이야기는 지나치게 중요해져버립니다. 그러는 동안 이야기에 숨어 있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노골적인 설교는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중심이 되고 캐릭터들은 이 달짝지근한 교훈에 굴복됩니다. 한마디로 나중에 들어온 손님이 주인을 쫓아낸 셈입니다.

4.0. 그래도 빌 머레이와 애니메이션 팀은 이 영화에 가필드다운 어떤 느낌을 부여합니다. 로렌조 뮤직의 그 느긋한 목소리에 익숙해진 관객들도 머레이의 해석엔 만족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각본의 진부함과 예술적 타협 속에 갇혀버립니다. 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던 거죠. (04/08/19)

DJUNA

기타등등

전 자막판으로 이 영화를 보았지만 엔드 크레딧에 처음 나오는 노래는 여전히 이정의 [Summer Holiday]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