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수잔 세이들먼 Susan Seidelman

주연
주디 데이비스....카산드라 라일리
Judy Davis....Cassandra Reilly
마샤 게이 하든....프랭키 스티븐스
Marcia Gay Harden....Frankie Stevens
릴리 테일러....벤 해리스
Lili Taylor....Ben Harris
줄리엣 루이스....에이프릴 샤우어
Juliette Lewis....April Schauer
크리스토퍼 보웬....해밀턴 킨케이드
Christopher Bowen....Hamilton Kincaid
마리아 바란코....카르멘
María Barranco....Carmen
코트니 자인즈....딜라일라 스티븐스
Courtney Jines....Delilah Stevens
펩 몰리나....파코
Pep Molina....Paco
빅토르 알바로....후안
Víctor Álvaro....Juan

카산드라와 프랭키

[가우디 애프터눈]은 제가 전에 소개한 적 있는 바바라 윌슨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수잔 세이들먼의 신작으로, 비교적 작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캐스트 덕택에 꽤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정작 만들어진 뒤에는 몇몇 게이/레즈비언 영화제를 돌다가 그냥 비디오용으로 출시되어 버렸군요(게다가 DVD는 풀스크린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제대로 개봉된 것으로 압니다만.

기본 줄거리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미 언급했습니다. 번역가인 주인공 카산드라 라일리에게 남편을 찾는 걸 도와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그 뒤로 아이를 둘러싼 복잡한 소동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유감스럽게도 세이들먼의 개작은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도 못하고 고유의 매력을 더하지도 못합니다. 일단 세이들먼이 영화를 어떻게든 스트레이트화 시키려고 한다는 게 분명합니다. 영화는 주인공 카산드라와 그 사람의 친구인 카르멘을 스트레이트로 만들어놨습니다. 해밀턴은 바이로 바뀌었고, 어떤 트렌스잰더 캐릭터는 트렌스베스타이트로 바뀌었군요.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가우디 애프터눈]은 애당초부터 주류 영화로 시작한 작품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친절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게이 청년을 짜증이 가득한 바이 청년으로 만들어서 이득이 될 건 또 뭔가요? 세이들먼에 의해 스트레이트화된 캐릭터들은 모두 원작의 날카로운 매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세이들먼은 이 영화를 가족, 특히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려 했습니다. 카산드라 라일리가 번역하는 [La Grande y so hija]를 기본 스토리 안에 섞어내려는 시도는 특히 노골적이죠. 이 역시 그렇게까지 잘 먹히는 편이 아닙니다. 원작이 지닌 경박한 가면 무도회와도 같은 매력과 잘 맞지 않고, 영화에 쓸데 없이 감상적인 분위기만 추가하게 되거든요. 전체적으로 이가 몇 개 빠진 것 같아요. 몇몇 결정적인 반전을 잘라낸 것도 도움은 안되었고요.

세이들먼이 이 영화를 일종의 알모도바르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는 흔적도 보입니다. 원작에서 음악가였던 해밀턴이 마술사로 직업을 바꾼 게 대표적인 증거죠. 이 작품 자체가 반은 스페인 영화이긴 하고요. 영화는 알모도바르풍의 화려한 원색과 초현실주의가 가득합니다. 문제는 세이들먼이 알모도바르가 아니라는 것이죠. 영화는 그냥 알모도바르의 흉내처럼 보입니다.

[가우디 애프터눈]은 여러모로 중간에서 주저앉은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세이들먼에게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간접적으로 상상만 하던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건 즐겁고 마샤 게이 하든의 팜므 파탈 연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답니다. (02/11/22)

DJUNA

기타등등

제가 아는 누군가에 따르면, 주디 데이비스의 스페인어 발음이 못 들어줄 정도로 형편없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