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Michael Winterbottom

주연
콜린 퍼스....조
Colin Firth....Joe
펄라 해니-자딘....메리
Perla Haney-Jardine....Mary
윌라 홀랜드....켈리
Willa Holland....Kelly
캐서린 키너....바바라
Catherine Keener....Barbara
호프 데이비스....마리안
Hope Davis....Marianne

조, 메리, 켈리

[제노바]의 무대는 당연히 제노바... 싱겁군요. 그런데 도대체 왜 제노바일까요? 아마 니콜라스 뢰그와 다프네 뒤 모리에가 베네치아를 먼저 찍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영화 내내 우리는 제노바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지만 그것들은 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길 잃기 쉬운 중세 유럽 도시라면 어디라도 되는 이야기지요. 물론 베네치아에서도 잘 먹혔을 겁니다.

그럼 우리의 주인공들은 왜 제노바에 간 것일까요? 표면상으로는 대학교수인 아빠 조가 그곳 대학의 교환교수로 초빙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딸 둘을 데리고 미국을 떠나 이탈리아로 간 건 보다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죠. 몇 개월 전 그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습니다. 가족들은 그 동안 그 충격을 거의 극복해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들에겐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탈리아가 그들에게 치료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들은 이탈리아로 갑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지요. 조는 일을 시작하고, 그를 초청하는 데 한 몫을 한 옛날 여자동창과 재회하게 됩니다. 큰 딸 켈리는 십대답게 남자애들을 만나면서 아빠에게 반항을 하고 근처에 있는 피아노 교사로부터 피아노도 다시 배웁니다. 근처에 해변이 있으니 가족들은 가끔 수영하러 나가기도 하고, 아빠를 따라 지겨운 파티에 끌려가기도 하고... 표면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이런 것들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목하는 건 그 표면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일상성을 위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심한 고통 속에서 회복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아빠와 딸은 그를 위장하고 있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메리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과정은 엄마의 유령이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부터 [제노바]는 유령영화가 됩니다. 공포영화는 아니고 그냥 유령영화죠. 심지어 꼭 초자연적인 내용이라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제노바라는 미로 같은 도시가 가족 구성원을 잃은 세 사람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바라보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해요. 사실 온전히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안개와 같은 불가해함을 그냥 즐기면 되지요.

[제노바]는 마이클 윈터보텀의 전작들과는 달리 비교적 적은 야심으로 운영되는 영화입니다. 주제나 이야기는 전통적이고 정치적인 목표도 거의 느껴지지 않죠. 이야기 전개에 관심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나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유령영화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으며 일반적인 관광 가이드 영화들와는 달리 제노바라는 도시의 현실적인 매력과 개성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특별히 손해 볼 것 없는 소품이라고 해야겠죠. (09/11/09)

DJUNA

기타등등

콜린 퍼스가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지만 두 딸들과 아내는 모두 미국인입니다. 아마 영국에서 미국에 유학 온 남자가 그냥 거기에 정착했나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