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짐 자무쉬 Jim Jarmusch

주연
포레스트 위테이커....고스트 독
Forest Whitaker....Ghost Dog
존 토르메....루이
John Tormey....Louie
클리프 고먼....소니 발레리오
Cliff Gorman....Sonny Valerio
헨리 실바....바고
Henry Silva....Vargo
이삭 드 방콜레....레이몬드
Isaach De Bankolé....Raymond
트리시아 베시....루이즈 바고
Tricia Vessey....Louise Vargo
빅터 아고....비니
Victor Argo....Vinny
진 루피니....콘시리에레 노인
Gene Ruffini....Old Consigliere
리처드 포트노....핸섬 프랭크
Richard Portnow....Handsome Frank
카밀 윈부시....펄린
Camille Winbush....Pearline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스트 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덩치 큰 흑인 히트맨입니다. 그는 8년 전에 그의 목숨을 구해준 마피아 루이를 군주처럼 섬기는 거리의 사무라이입니다. 이 '사무라이'라는 말은 결코 은유가 아닙니다. 그는 [하가쿠레: 사무라이의 길]을 성전처럼 읽으며 사무라이처럼 행동하고 사무라이처럼 생각합니다. 심지어 루이의 패거리들이 그를 살해하려고 덤벼드는 동안에도 말이지요.

이게 뭐야...라고 여러분은 말하겠지요. 사실 그렇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백 퍼센트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짐 자무쉬는 이 영화를 코미디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흠...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은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정말 배꼽 떨어지는 코미디지요.

가장 덩어리가 큰 코미디는 대비 효과에서 옵니다. 고스트 독은 정말 진지한 사무라이이며 사무라이처럼 폼을 잡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배 나온 뚱뚱한 마피아 아저씨들은 그와 어울릴만큼 진지한 적수가 결코 아닙니다. 루이가 고스트 독에 대해 마피아한테 설명해주는 장면을 보세요. 전혀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 문화와 흑인 문화, 이탈리아 문화가 멋대로 뒤섞여서 어울리고 있는데, 결과야 어찌되었건 그 어색한 조합은 웃깁니다.

물론 고스트 독도 무지 웃기는 남자입니다. 물론 그는 자기가 웃긴다는 걸 모르고 다른 사람들을 웃길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도 안되는 믿음과 행동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어요. 게다가 그의 인간 관계는 얼마나 황당한가요. 특히 불어밖에 모르는 아이스크림 장수 레이몬드와의 관계는요. 역시 영어밖에 모르는 고스트 독과 레이몬드가 나누는 어처구니없는 대화들을 따로 꺼내서 붙여놓으면 미국판 사오정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순수한 농담일까요? 미안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무시는 이런 농담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이상할 정도로 진지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냥 농담을 강조하기 위한 기능적 무표정함이 아닙니다. 그가 [하가쿠레]와 [라쇼몽]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가 고스트 독을 상당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고스트 독]은 그래서 무척 이중적입니다. 억지로 풀어 표현하자면, 코미디의 소재를 드라마로 다루고 있다고 할까요? 자무시는 그가 만들어낸 이 어릿광대 같은 남자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마 어릿광대를 진지하게 묘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어릿광대로 그리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어릿광대는 우스꽝스러울뿐만 아니라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는 돈키호테처럼 아름다운 인물입니다. 아까 전 고스트 독과 레이몬드의 관계를 놀려댔지만 그들의 관계 역시 결코 우스꽝스럽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정말로 훌륭한 친구들이고 그들의 우정은 아름답습니다. 좋은 배우들 특히 주연인 포레스트 위테이커의 절묘한 연기 때문에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아름다움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무엇을 말하려 했건 [고스트 독]은 응큼하게 재미있습니다. 아마 짐 자무쉬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상식적인 의미'에서 재미있을 거예요. 그의 미니멀리즘은 보다 타협적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그는 미니멀리스트지만 로비 뮐러의 카메라가 잡아내는 화면에는 [천국보다 낯선]과 같은 작품들을 지배했던 선언적 위악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모두에게 즐거운 영화입니다. 관객들이 이 아이러니컬한 액션 코미디를 보며 웃는 동안 영화 평론가들은 사무라이 영화에 갱스트 영화, 서부극을 뒤섞는 장르 혼합의 게임을 즐길테니까요. (00/04/14)

DJUNA

기타등등

음악을 담당한 RZA가 카메오로 나옵니다. 후반부에서 고스트 독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