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상진

주연
차승원....필기
장서희....연화
장항선....장반장
손태영....수경
장현성....기태
진유영....백사장
윤문식....필기부
황석정....슈퍼 여주인
박영규....박영규

연화와 필기

"집을 사거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피땀흘려 일한 필기는 드디어 거제도 해안가에 자리잡은 근사한 저택을 장만합니다. 하지만 그는 훌륭한 명당자리에 자리잡은 그의 새 집이 왜 그렇게 싼 지는 모르고 있었죠. 그 집은 홀로 고독하게 살고 싶어하는 외로운 귀신 연화의 차지였고, 눈치 없는 필기가 집으로 이사오자 연화와 필기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귀신이 산다]는 도입부와 중간, 결말 부분의 장르가 모두 다른 영화입니다. 필기가 귀신에게 혼이 나는 도입부는 [비틀쥬스]의 영향을 받은 슬랩스틱 코미디이고, 필기와 연화가 툭탁거리는 중반부는 [유령과 뮤어 부인]식 스크루볼 코미디이며, 필기가 연화를 돕는 후반부는 [사랑과 영혼]식 멜로드라마입니다. 이런 잡탕 구조 자체를 무작정 단점이라고 지적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식의 초자연적 코미디 장르에서는 비교적 흔한 성격이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김상진이 이 장르를 얼마나 능숙하고 창의적으로 다루었냐지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주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우선 창의적인 영화는 아니에요. 특히 도입부의 슬랩스틱은, 대니 앨프먼을 흉내낸 음악부터 [비틀쥬스]의 노골적인 영향 아래 있지요. 소재나 호들갑스러운 분위기는 80년대 홍콩 코미디의 느낌이 강한 편이고요. 영화는 김상진식 코미디와 초자연적인 코미디를 그렇게까지 잘 연결시키지도 못합니다. 김상진의 장점은 그가 아는 남자들의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어휘를 적절하게 뿜어내는 과정에 있는데, [귀신이 산다]의 설정은 그걸 막아버리더군요. 그 한계를 뚫으려도 노력한 흔적은 보이는데, 결과까지 좋지는 않아요. 그냥 '열심히 했다' 정도?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화와 필기가 정말로 사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두 캐릭터의 파워 게임은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식이지요. 그건 영화에 나오는 남녀 캐릭터들이 동등한 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김상진은 여성 캐릭터 묘사가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이 영화의 연화도 잘 짜여진 캐릭터가 아닙니다. 아니, 한마디로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아요. 남자 주인공 필기는 슬랩스틱 코미디, 스크루볼 코미디, [사랑과 영혼]을 거치는 동안에도 일관성을 유지하지만 연화는 각 토막토막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 같아요. 김상진은 욕이 잔뜩 붙은 대사를 주기도 하고 옹고집쟁이로 만들어 갈등을 조성해보기도 하면서 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넣어주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화는 자체의 응집력을 갖추지 못한 주체없는 '대상'으로 남아요.

영화를 끝까지 보다보면 결국 남는 건 온 몸을 던진 차승원의 오버연기입니다. 장서희는 절반 정도 미스캐스팅이에요. 이 사람의 또박또박하고 참한 연기는 중반 부분의 스크루볼 코미디 부분에선 그렇게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거든요. 후반부의 [사랑과 영혼] 멜로드라마에서는 비교적 잘 맞지만요. 차승원과 장서희의 화학반응도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연화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각본 탓이 더 큰 듯 해요.

[귀신이 산다]는 노련한 전문가들이 자기네 전문 분야에서 살짝 벗어난 소재를 비교적 정공법으로 뚫은 영화입니다. 기본기가 있는 터라 영화가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뽑아낼 만한 소재는 결코 아니었어요. 이 영화에서 특히 부족한 건 이런 호러 코미디에 필수적인 블랙 유머입니다. 김상진의 유머는 충분히 폭력적이지만 호러 영화에 필수적인 그 은밀한 사악함이 결여되어 있어요. (04/09/09)

DJUNA

기타등등

요새 느끼는 건데, 차승원은 클로즈업 시켜놓으면 송강호랑 얼굴이 비슷해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