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그랜트 하비 Grant Harvey

주연
캐서린 이자벨....진저
Katharine Isabelle....Ginger
에밀리 퍼킨스....브리짓
Emily Perkins....Brigitte
나다니엘 아칸드....사냥꾼
Nathaniel Arcand....Hunter
톰 맥카머스....윌리엄 롤랜즈
Tom McCamus....William Rowlands
휴 딜런....길버트 목사
Hugh Dillon....Reverend Gilbert
매튜 워커....머피 박사
Matthew Walker....Doc Murphy
파비안 버드....마일로
Fabian Bird.... Milo
스티비 미첼....제프리
Stevie Mitchell....Geoffrey
브렌든 플레처....핀
Brendan Fletcher....Finn
에이드리언 도발....세이머스
Adrien Dorval....Seamus
에드나 레인....장로
Edna Rain....Elder

피츠제럴드 자매

[진저 스냅]이 호러 팬들로부터 예상 외의 인기를 얻자, 제작자들은 속편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호러 장르 세계에서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요. 단지 그들의 야심은 보통 경우보다 조금 컸습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 두 편을 동시에 찍어 차례대로 발표하기로 한 것이죠.

두번째 영화 [진저 스냅 2]가 1편에서 이어지는 전통적인 속편이라면 [진저 스냅 3]은 조금 기형적인 프리퀄입니다. 영화는 여전히 진저와 브리짓 피츠제랄드 자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대 배경은 19세기 초죠. 그렇다면 이 영화의 피츠제럴드 자매와 앞의 영화들에 나오는 피츠제럴드 자매는 무슨 관계일까요? 별 관계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리즈의 늑대인간 설정에 그럴싸한 기원을 제공해주고 있죠.

[진저 스냅 3]는 우리의 피츠제럴드 자매가 캐나다 오지에서 길을 잃으며 시작됩니다. 중간에 만난 수상쩍은 원주민 할머니의 경고를 뒤로 하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포트 베일리라는 거의 버려지다시피한 마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미심쩍은 눈으로 그들을 맞이 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들은 밤만 되면 나타나는 늑대인간들과 싸우고 있었고, 원주민들은 이미 예언을 통해 피츠제럴드 자매의 방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죠.

현대 캐나다 중산층의 지리하고 산문적인 세계와 늑대인간이라는 고딕적인 소재를 멋대로 뒤섞는 [진저 스냅] 시리즈의 고유의 느낌은 많이 사라졌지만, [진저 스냅 3]은 여전히 가진 게 많은 작품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유럽 식민자들의 대립, 편견에 사로 잡힌 기독교가 여성과 다른 인종에게 가하는 폭력... 물론 여기엔 갇힌 공간 속에서 한 명씩 살해당하는 고전적인 밀실 속 괴물 이야기의 서스펜스와 전통적인 고딕 호러의 아취, 19세기식 드레스를 차려입자 정말 근사해보이는 피츠제럴드 자매의 모습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늑대인간 전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웬디고 전설을 하나로 묶는 설정도 설득력 있고요. 어떻게 보면 [진저 스냅 2]보다 다룰 이야기가 더 많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최종 결과는 어정쩡합니다. 일단 현대의 피츠제럴드 자매와 이 영화의 피츠제럴드 자매의 연결이 영 어색해요. 이전 영화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전편들을 이미 본 사람들에겐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답니다. 마치 우리가 아는 피츠제럴드 자매가 19세기를 무대로 한 가장 무도회에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들이 이전의 개성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생각만큼 19세기의 배경에 잘 녹아들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현대적인 대사 역시 몰입을 막고요. 결정적으로 두 여자 주인공들의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한 상호 교류에 바탕을 둔 전작들과는 달리 이 영화 속의 피츠제럴드 자매가 나누는 감정은 비교적 단순하고 심심합니다.

[진저 스냅 3]의 가장 큰 단점은 영화가 그냥 엉성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재료는 충분해요. 하지만 그 재료들을 담아내는 방식은 영 어색하고 서툴러요. 영화는 소재가 되는 고딕적인 분위기를 정당화하는 스타일이나 테크닉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그냥 빠듯한 스케줄과 제작비 속에서 할 수 있는 정도만큼만 하는 거죠. 어차피 배우 둘만 빼면 공유하는 것도 없는 영화들이었으니 두 편을 동시에 찍을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 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더 나은 영화로 다듬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04/11/12)

DJUNA

기타등등

스포일러가 담긴 간단한 궁금증. 긁어 보세요. 마을을 처음으로 방문한 진저도 그날 밤에 당장 찾아낼 정도였는데, 롤랜즈는 어떻게 아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놓을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