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강석범

주연
강혜정....송이
한채영....세진
허이재....보라
배수빈....진호
조은지....현주
김혜옥....송이 엄마
오달수....상담의
최송현....수경
김광규....송이 회사 부장

(스포일러가 있거나 말거나...)

송이

주인공 송이에겐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같은 회사 다니는 유진호 과장이라는 친구인데, 괜찮게 생겼고 키스도 잘하고 착합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로 삼아놓고 사귀기 시작하는데, 그만 새파란 대학생 애랑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소문이 도네요? 걱정이 되어 스파이질에 나선 송이는 진호를 사랑한다는 세진이라는 여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음, 그 대학생이 아닙니다. 그럼 이 녀석이 양다리도 아닌 세 다리를 걸치고 있단 말씀?

이렇게 되니, 한 남자를 둔 여자들의 질투에 대한 영화가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흐르지는 않습니다. 대신 송이와 세진 그리고 그 새파란 여자애인 보라는 친구가 됩니다. 사실 송이는 짜증이 나서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두 가장 연장자이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세진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그렇게 된 거죠.

세진은 왜 이러는 걸까요? 아마 쿨하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한번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죠. 어떤 사람이 쿨해지고 싶어하는 걸까요? 그건 쿨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세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은 겉보기엔 번지르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영 아닙니다. 우리가 6,70년대 구닥다리 한국 멜로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뻔한 캐릭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 있지 않아요. 아마 그 자신도 그게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해요.

만약 세진의 방해가 없었고 송이가 진호를 앞에 놓고 삼자, 아니 사자 대면을 했다면 영화는 더 이상 전개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진호는 여자 셋을 치밀하게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도 아니고 적극적인 폴리가미의 실천자도 아니에요. 세진은 진호의 첫사랑이고, 보라는 그냥 좋은 오빠인 진호를 짝사랑하고 있지요. 정말 별 것 아니지 않습니까? 세진은 가버린 남자에게 미련을 못 버리는 유부녀에 불과하면서 그걸 그냥 인정하지 못하는 겁니다. 보라는 자신이 짝사랑을 하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뿐이고. 실속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송이뿐이에요. 어리버리한 송이는 이것도 모르고 이 쿨한 척 하는 진부한 여자들의 함정에 빠져 버렸어요.

뭐, 그래도 남자 때문에 여자들이 머리 잡아 당기며 싸우면서 끝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좋게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관계보다는 선언에 집중하고 있어요. 영화 내내 우리는 이들이 끊임없이 뱉어대는 칙 플릭 특유의 선언들을 들어야 하는데, 척 봐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애들이라 솔직히 그냥 가소롭습니다. 선언을 빼면 이들이 올바른 캐릭터로 자랄 수 있는 여유공간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이들이 아주 독기어린 농담을 뱉을만큼 간이 큰 것도 아니고. 선언을 마치고 나니 갈 데도 별로 없어서 결국 이들 역시 머리 잡아 당기며 싸움을 벌인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이건 스포일러도 아니죠.

[정승필 실종사건]을 만든 강석범의 신작인데, 그의 전작보다는 백배 나은 영화니까 걱정은 마시길. 얄팍한 영화이고 연기 지도는 평범하며 결코 세련된 영화 따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리듬감은 나쁘지 않아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가는 강혜정은 귀엽고 배우로서도 잘 하니까 팬들이라면 꼭 보시길. 그에 비하면 한채영은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고 허이재도 그냥 싹싹하게 구는 것 이상은 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원래 연기할 거리가 있는 역들은 아니었죠. (09/12/09)

DJUNA

기타등등

배수빈은 올해 정말 바쁘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전 이런 배우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