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롤란드 에머리히 Roland Emmerich

주연
매튜 브로데릭....니코 타토폴루스
Matthew Broderick....Dr. Niko Tatopoulos
장 레노....필립 로셰
Jean Reno....Philippe Roache
마리아 피틸로....오드리 티몬즈
Maria Pitillo....Audrey Timmonds
행크 아자리아....빅터 "애니멀" 팔로티
Hank Azaria.... Victor "Animal" Palotti
케빈 던....힉스 대령
Kevin Dunn....Colonel Hicks
마이클 러너....이버트 시장
Michael Lerner....Mayor Ebert
해리 셔러....찰스 카이먼
Harry Shearer....Charles Caiman
아라벨라 필드....루시 팔로티
Arabella Field....Lucy Palotti
비키 루이스....엘시 채프먼 박사
Vicki Lewis....Dr. Elsie Chapman
덕 사반트....오닐 상사
Doug Savant....Sergeant O'Neal
말콤 대니어....멘델 크레이븐 박사
Malcolm Danare....Dr. Mendel Craven
로리 골드먼....진
Lorry Goldman....Gene

1.

우선 [고질라]에 대해 상당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나은 것도 없지만 못한 것도 없다는 겁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좋은 영화라고도, 재미있는 영화라고도 생각한 적이 없으니 분명 칭찬은 아니죠. 하지만 [고질라]가 악평을 받는 건 영화 자체가 유달리 나빠서가 아니라 에머리히 + 데블린 콤비가 벌이는 마케팅 게임의 약발이 닳아서입니다. 같은 속임수로 사람들을 두 번 속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예라고 해야겠지요.

2.

에머리히의 [고질라]에서 독창적인 요소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로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애당초부터 영화의 가장 중요한 상업적 포인트가 향수에 잠긴 베이비 부머들을 다시 끌어모으겠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의 비독창성이 참으로 짜증이 납니다.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에머리히가 영화를 못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장르 영화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지요. 관객들은 공식화된 상황들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그들을 충분히 자극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스필버그는 이런 것들을 상당히 잘 다루는 감독입니다. [죠스]나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들은 50년대 괴물 영화의 공식을 다시 꾸며낸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상당히 새로운 영화로 봅니다. 적어도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시각적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에머리히는 그저 흉내낼 뿐입니다. [쥬라기 공원]의 랩터 장면을 표절한 [고질라]의 새끼 고질라 장면에는 원본이 가진 긴장감이 거의 없는데, 그건 에머리히가 흉내만 냈지 장면 장면의 구성에 거의 무성의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영화의 나머지 부분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디어와 스토리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야 누군들 못 만들겠습니까.

3.

'영화'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적어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옛 [고질라] 팬들이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원조 [고질라] 영화들의 매력은 뭡니까? 그 투박함과 촌스러움, 싸구려 영화 특유의 순진함과 같은 것들이겠지요. '왜 도꾜 사람들은 말을 한 뒤에도 입을 계속 벌리고 있을까?'라는 캘빈([캘빈과 홉즈]의)의 심오한 질문은 바로 이 영화들의 매력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고질라]는 그것도 못합니다. 우선 에머리히와 데블린은 케빈 윌리엄슨식 재주를 부리기에는 너무 순진합니다. 그렇다고 원조 [고질라] 영화의 촌스런 무식함을 따라가기에는 또 지나치게 재주와 돈이 많습니다. 그러니 영화가 [고질라]보다 [쥬라기 공원]을 따라가는 건 당연하죠. 오히려 [잃어버린 세계]의 샌디애고 장면이 훨씬 원조 [고질라]에 가깝습니다.

4.

이 영화에서 뉴욕 시장인 이버트와 그 보좌관인 진은 분명히 로저 이버트와 진 시스겔의 모방입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와 엄지 손가락 올리고 내리는 제스쳐까지 그대로 흉내내고 있죠. 전작들로 영화 평론가들에게 욕을 단단히 먹은 적 있는 에머리히와 데블린이 나름대로 복수를 했다고 할 수 있죠.

농담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농담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 생각이나 해 보았던 것일까요? 저희에겐 이런 장난이 아주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렘린 2]에서 레너드 말틴이 나오는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영화에서 말틴은 [그렘린] 1편을 마구 욕하다가 그렘린에게 끌려나갑니다. 같은 종류의 보복인가? 하지만 관객들은 [그렘린 2]를 보면서 그런 어리석은 느낌을 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렘린 2]는 상당히 잘 만든 영화니까요. 하지만 [고질라]는 그런 이점 따위는 없습니다.

역시 상식적인 교훈이 나갑니다. 영화 평론가들한테 복수하고 싶으면 괜히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는 대신 다음에 좋은 영화를 만들면 됩니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말이지만.

5.

시네 코아는 사운드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사운드가 자꾸 끊겨서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사실 저희는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고질라]를 더 즐겁게 봤습니다. 그러나 그랬다고 해서 이 영화의 질을 과대포장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98/06/30)

D&P

기타등등

동원 참치는 분명 봉 잡았습니다. 아무리 실패작이라고 해도 블록버스터임이 분명한 영화에 공짜로 그런 출연을 하는 건 분명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냥 지나가는 장면도 아닙니다. 주인공 손에 쥐어주고 심각하게 관찰하게 하잖아요. 몇 억 씩 들이는 월드컵 축구 광고 간판보다 낫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