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시마 나기사 Nagisa Oshima

주연
기타노 다케시....히지카타 도시죠
Takeshi Kitano....Captain Toshizo Hijikata
마츠다 류헤이....카노 소자부로
Ryuhei Matsuda....Sozaburo Kano
다케다 신지....오키다 소지
Shinji Takeda....Soji Okita
아사노 타다노부....타시로 효지
Tadanobu Asano....Samurai Hyozo Tashiro
마토바 코지....수가노 헤이베이
Koji Matoba....Heibei Sugano
최양일....콘도 이사미
Yoichi Sai....Isami Kondo

타시로와 카노

[고하토]의 기획은 잘 만든 CF송처럼 귀에 착 달라붙습니다. 오시마 나기사가 오래간만에 만든 신작인데, 게이 사무라이에 대한 거라나요. 수많은 아트 하우스 영화 팬들이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면서 군침을 삼켰을 게 뻔합니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정말 게이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선조에 새로 들어온 사무라이 카노가 소위 기집애처럼 이쁘장하고 은근히 색기를 풍기는 18살 소년이었던 거죠.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이 작은 세계는 카노의 등장으로 인해 마구 흔들리게 됩니다.

[고하토]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많은 미국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당시 한참 논쟁거리였던 동성애자 군복무 이슈와 연결시켰습니다. 그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이 영화와 그 이슈는 그렇게까지 잘 맞지는 않아요. 이 영화가 다루는 19세기의 일본에서 동성애는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터부는 아니니까요. 취미가 안 맞아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 정도지요. 반대로 영화는 오히려 이런 동성애 이슈를 당시 사무라이들의, 거의 자폐적이고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여는 열쇠로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카노의 존재 역시 동양적인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곧장 말해 "남자 마음을 홀리는 요망한 것!"이죠. 하긴 동양 문학에서 동성애자들은 툭하면 귀신이나 여우로 그려지지 않았던가요. 세상의 이치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무언가로 말입니다.

[고하토]는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게 읽기엔 카노의 정체가 너무 불투명하지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우린 카노가 맘 속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카노가 들어온 뒤 일어난 몇몇 불상사들의 진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고요. 영화는 굳이 모든 사건들의 진상을 파헤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카노라는 인물이 한 집단에 끼친 영향력을 기술하고 그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보면 [라쇼몽] 같고, 제대로 보면 시골 아줌마들이 조잘대는 동네소문 같죠. "A랑 B가 사귄대." "아냐, 내가 알기론 A가 C를 좋아하고 C는 사실..." "그런데 C가 A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 터프한 사무라이들이 동네 연속극의 멜로드라마 안에 갇혀 있는 거예요.

[고하토]는 일본식으로 예쁘고 단아하고 가벼우며 은근히 웃깁니다. 모호한 스토리에 대한 열려있는 해석은,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 관객들에게는 흥미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작 만드는 사람에겐 드러내놓고 안이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죠. 아마 오시마 나기사도 만드는 동안 그 안이함을 즐겼을 겁니다. 이 양반이 어떤 대단한 예술적 사명을 품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04/04/02)

DJUNA

기타등등

카노 역의 마츠다 류헤이는 마츠다 유사쿠의 아들이라는데... 글쎄요. 길게 찢어진 눈매가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