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진

주연
이순재....김정호
장동건....차지욱
고두심....한경자
임하룡....최창면
한채영....김이연

차지욱

이순재가 연기하는 김정호는 퇴임을 몇 개월 앞둔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느라 젊은 날을 다 보냈고 지금은 전직대통령 사면 때문에 골치를 썩히고 있으니 대충 우리 우주의 김대중과 비슷한 위치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정치적 경력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우연히 행사에서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되어서 200억원이 넘는 거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거죠. 그는 이 돈이 탐나 죽겠지만 이미 방송에서 당첨되면 전액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해버렸습니다. 온갖 생각들이 교차하고 그 대부분은 코미디로 연결됩니다.

몇 개월 뒤 정권교체가 이루어집니다. 새로 대통령이 된 인물은 야당 당수였던 차지욱입니다. 그는 이명박을 완전히 뒤집은 듯한 인물입니다. 잘생겼고 간도 쓸개도 등뼈도 있으며 일본 대사에게 "우리는 굴욕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호통치며 강성외교를 펼치죠. 심지어 그는 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것도 싫어합니다. 억지로 끌려가서 결국 먹게됩니다만. 여러분은 이것은 온화한 수준의 정치적 비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몇 년 뒤 또 정권교체가 이루어집니다. 이번 대통령은 여자입니다. 김정호 대통령 때 법무장관을 지냈던 한경자죠. 지금 차기 대통령 순위 1위라는 아무개씨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하여간 이 사람은 말썽쟁이 남편 최창면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그 때문에 거의 이혼 직전까지 갑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다보면 이 영화가 그리는 대체역사의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집니다. 7년 정도의 시간 동안 두 차례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인기는 상당했고 정책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는 차기선거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차지욱의 경우는 정치적 입장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김정호 대통령 시절 야당이었으니 그는 십중팔구 한나라당과 비슷한 정치적 입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 영화에서 하는 행동은 지금의 한나라당과 180도로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서는 대한민국의 극우정권은 뿌리가 뽑혔나? 그럴 리도 없는 것이, 한경자가 부동산 개혁을 하려는 동안 야당에서는 여전히 색깔론을 들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이건 결코 가볍게 다루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다루는 영화에서 '대한민국'을 뺀다면 어떻게 온전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겠습니까?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또다른 이유는 시기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영화가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클린턴 정권 당시의 할리우드가 그랬었죠. 물론 부시 정권 당시에도 대통령 이야기는 만들어졌지만 의미나 장르는 전혀 달랐습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맡은 인물을 귀엽고 호감가게 그리려면 그럴 수 있는 때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럴 수 있는 때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것이 현정권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숨기고 있다고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길. 누가 막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코미디입니다. (09/10/14)

DJUNA

기타등등

카메오들이 빵빵합니다. 전 [씨네21]에서 텔레비전 연속극 주인공으로 나오는 정유미가 현실 세계로 뛰어들어 복권당첨된 김정호와 같이 즐거워하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편집에서 잘려나간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텔레비전 연속극 장면은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