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티외 카소비츠 Mathieu Kassovitz

주연
할리 베리....미란다 그레이
Halle Berry....Miranda Grey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피트 그레이엄
Robert Downey Jr.....Pete Graham
페넬로페 크루스....클로이 사바
Penélope Cruz....Chloe Sava
찰스 더튼....더글러스 그레이 박사
Charles Dutton....Dr. Douglas Grey
버나드 힐....필 파슨즈
Bernard Hill....Phil Parsons
캐슬린 맥키....레이첼 파슨즈
Kathleen Mackey....Rachel Parsons
존 캐롤 린치....라이언 보안관
John Carroll Lynch....Sheriff Ryan
도리언 헤어우드....테디 하워드
Dorian Harewood....Teddy Howard
브론웬 맨틀....아이린
Bronwen Mantel....Irene
매튜 G. 테일러....털링턴
Matthew G. Taylor....Turlington
마이클 페론....조
Michel Perron....Joe
안드레아 셸든....트레이시 시버스
Andrea Sheldon....Tracey Seavers

미란다

미란다 그레이는 에드워드 감호소라는 음침한 직장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비교적 잘 굴러가던 이 사람의 삶은 어느 비오는 날 밤 속옷차림으로 걸어가던 한 여자와 만나면서 갑자기 역전되고 말아요. 미란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3일이 지난 뒤였고, 그 동안 미란다는 남편 더그를 도끼로 때려 죽였단 말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직장이었던 곳에 감금당한 미란다가 진상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녀의 세계는 서서히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감염되고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괜찮은 도입부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성적인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사람이 이제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 지금까지 감금자이고 관리자였던 사람이 그 관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탈출할 수 없는 갇힌 공간 안에서 자유자재로 벽을 뚫고 지나다니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대면해야한다는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믿었던 냉정한 과학의 지평을 넘어서는 또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이 모든 것들을 더하면 상당히 절실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요.

이런 설정들은 할리우드 고딕이라고 부를만한 스타일을 적절하게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엑스 파일]이나 [밀레니엄] 시리즈, [세븐]이나 [스티그마타]와 같은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날이 서고 예민하며 영화라는 영상 매체의 기형적인 불쾌함을 과장하는 그런 스타일 말이에요.

영화는 혼란스럽고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각본가인 세바스찬 구티에레스의 능력 부족일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이런 어긋난 느낌이 꼭 영화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원래 [고티카]라는 영화 자체가 혼란스러운 정신의 주인공이 겪는 악몽의 이야기니까요. 꿈이 너무 이치가 맞으면 재미가 없지요. 의도를 알 수 없는 유령의 방향없는 폭력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사건의 연속은 오히려 주인공과 관객들을 흥미진진한 미로에 빠트립니다. 공포와 함께 호기심이 쌓이고 그건 결국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에너지로 작용하지요. 적어도 미란다가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인 어떤 곳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는요.

문제는 영화가 모든 걸 이치에 맞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이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우선 [고티카]에서 미스터리의 정답은 미스터리보다 훨씬 재미없습니다. 제시된 문제 자체보다 더 앞뒤가 맞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게다가 영화는 그 해답을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방식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동안 지난 일들을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수다쟁이 악당을 통해서요. 너무나 완벽한 해피엔딩 역시 작품의 맛을 떨어뜨린답니다. 덕택에 영화는 그럴싸한 스릴러에서 평범한 텔레비전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상당히 능력있는 각본가이기도 한 마티외 카소비츠의 영화에서 이런 어설픈 결말을 본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아마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이고 자신이 각본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겠죠. 이 영화에서 카소비츠가 한 일은 자신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능력있는 고용감독임을 입증한 것밖에 없는 듯 합니다. 아쉬워요. 새롭지는 않아도 상당히 그럴싸한 호러물이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04/03/25)

DJUNA

기타등등

계획대로 풀린다면 이 영화는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귀신 보는 정신과의사가 나오는 [고티카]라는 제목의 시리즈와 마주쳐도 놀라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