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 Jasmila Zbanic

주연
미르야나 카라노비치....에스마
Mirjana Karanovic....Esma
루나 미요비치....사라
Luna Mijovic....Sara
레온 루케프....펠다b
Leon Lucev....Pelda
케난 카틱....사미르
Kenan Catic....Samir
야스나 베리....사비나
Jasna Beri....Sabina
데얀 아키모비치....첸가
Dejan Acimovic....Cenga
보그단 디클리치....사란
Bogdan Diklic....Saran
에미르 하드지하피스페고비치....푸스카
Emir Hadzihafisbegovic....Puska

사라와 에스마

[그르바비차]의 영어제목은 [Esma's Secret]. 하지만 주인공 에스마의 비밀을 알아내는 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숨기고 있지도 않거든요. 이 영화의 무대는 아직도 사람들이 내전의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보스니아예요. 에스마의 딸 사라가 태어날 무렵 그 나라의 여자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겪었는지는 모두가 알지요. 에스마가 사라에게 그렇게까지 숨기고 싶어했던 비밀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 터져 나오지만 단서는 이미 사방에서 주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죠. 왜 에스마는 사라의 아빠가 참전용사라고 주장하면서 증명서 한 장만 있으면 공짜로 보낼 수 있는 수학여행 비용을 벌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쓰는 걸까요?

[그르바비차]는 힘이 센 멜로입니다. 하지만 그 힘의 대부분은 영화 자체보다는 주인공들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끔찍한 역사의 무게에 의존하고 있지요. 영화는 '예술작품'이 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이 살풀이 과정을 통해 주인공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조금 덜어주길 바랄뿐이죠. [그르바비차]의 목표는 구호식품이나 가전제품처럼 현실적입니다.

멜로드라마로서 [그르바비차]는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들 아는 비밀의 폭로를 지나치게 뒤로 미루어 에스마와 사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를 많이 까먹었다는 거죠. 사라가 아주 늦게서야 그 비밀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그 아이의 드라마가 많이 날아가버립니다. 그 빈 자리를 차지하는 일상의 묘사는 종종 진부하거나 늘어지고요. 90분짜리 짧은 영화지만 두 시간은 되는 것 같죠.

하지만 에스마와 사라를 연기한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고 엄마와 딸이 만들어내는 애증이 뒤섞인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갈등묘사는 그냥 훌륭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예술'에 성공한 부분도 여기고요. 이게 정치적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면 영화는 훨씬 좋아졌을 거예요. (07/10/18)

DJUNA

기타등등

사라가 텔레비전으로 보는 장면에서 제이미 배비트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들]이 나오더군요. 보스니아 텔레비전에서는 안 할 것 같은 영화여서 조금 놀랐어요. 엔드 크레딧에서는 [Sleeping Beauty]라고 제목이 잘못 쓰여져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