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잰 던 Jan Dunn

주연
폴린 맥클린....헬렌
Pauline McLynn....Helen
클로이 사이린....타샤
Chloe Sirene....Tasha
폴 맥건....폴
Paul McGann....Paul
룰라 렌스카....이리나
Rula Lenska....Irina
탐진 던스턴....켈리
Tamzin Dunstone....Kelly
배리 래치포드....지미
Barry Latchford....Jimmy
프레디 코너....타샤의 남편
Freddie Connor....Tasha's Husband
톰 스튜어트....대린
Tom Stuart....Darren
올레가르 페도로....타샤의 아버지
Olegar Fedoro....Tasha's Father

타샤, 헬렌, 이리나

[지포]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도그마 필름입니다.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어요. 2005년까지 10년이 흘렀으니 꽤 많이 만들어졌겠죠. [지포]가 도그마 95의 규칙을 얼마나 지켰는지도 전 잘 모르겠어요. 하긴 그런 거 좀 안 지켰다고 증명서를 박탈당하는 건 아니겠죠?

영화는 해변 도시 어딘가에 살고 있는 영국 노동자 계급 가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틴에이저 딸 켈리가 덜컥 임신을 해버리는 통에 일찍 할머니가 된 헬렌은 꽉 막힌 애정없는 결혼생활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헬렌의 남편 폴 역시 반복되는 고된 일상 속에서 질식하기 직전이고요. 암만 마음을 고쳐먹고 주변을 들여다 봐도 현재는 숨막히고 희망은 없습니다.

이 때 이들의 아슬아슬한 일상을 파괴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딸 켈리가 학교 친구라면서 체코에서 온 로마니(집시) 망명객인 타샤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이죠. 헬렌은 아름답고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타샤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그러는 동안 폴의 외국인 혐오증은 폭발합니다.

[지포]는 [라쇼몽]의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9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이 헬렌, 폴, 타샤의 시점에서 3등분 되어 순서대로 제시되지요. 같은 시간대를 다룬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의 빈틈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종종 전혀 아귀가 맞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헬렌과 폴은 모두 딸 켈리가 불만인데, 이유는 전혀 다릅니다. 헬렌은 켈리가 자기 일에 무책임하고 타샤에게 매정하게 이중인격자처럼 행동하는 게 불만입니다. 하지만 폴은 켈리가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의 외국인 혐오 발언을 공격하기 때문에 싫죠.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헬린과 타샤의 관계 묘사에도 단순히 편집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주관적인 기억과 객관적인 사실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지요.

이 형식은 분명한 자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국 노동자 계급의 삭막한 삶, 이들의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차별적 편견, 로마니 민족이 겪는 인종차별과 그들 내부의 성차별을 보여주고 대안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니 관점은 많을수록 좋지요. 쉽게 일차원적인 악당으로 만들 수 있는 폴에게 자기만의 섹션을 주고 그의 회색 입장을 보여준 것도 괜찮은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이게 드라마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헬렌과 타샤의 이야기는 이 형식 때문에 상당한 손해를 봅니다. 우린 타샤에 대한 헬렌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타샤가 헬렌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정보밖에 얻을 수 없지요. 30분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동안, 영화는 만족스러운 러브 스토리를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몇몇 약한 설정들도 극복되지 못하고요.

그러나 세 주연 배우의 지극히 도그마적인 연기는 훌륭하고, 소재가 되는 영국 노동자 가족의 묘사에는 진실성이 느껴지며, 주제는 가치 있습니다. 단지 영화가 사회적인 의무감과 형식의 굴레에서 조금만 더 자유로웠다면 최종 결과가 더 만족스러웠을 거라는 거죠. (07/03/16)

DJUNA

기타등등

Gypo는 집시를 가리키는 영국 속어인데, 요새는 막연히 망명자들에 대한 욕 비슷하게 쓰인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