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오브 호러 - 해켈의 공포 Masters of Horror - John McNaughton: Haeckel's Tale (2006) * * 1/2

감독
존 맥노튼 John McNaughton

주연
데릭 세실....에른스트 해켈
Derek Cecil....Ernst Haeckel
존 폴리토....몬테스키노
Jon Polito....Montesquino
톰 맥비스....울프램
Tom McBeath....Wolfram
릴라 사바스타....일리스
Leela Savasta....Elise
크리스토퍼 딜라일....일리스의 죽은 남편
Christopher DeLisle....Elise's Dead Husband
제럴드 플렁켓....하우저 박사
Gerard Plunkett....Dr. Hauser
스티븐 베이식....존 랄스턴
Steve Bacic....John Ralston
미키 몬셀....카네이션 부인
Micki Maunsell....Miz Carnation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해켈
[해켈의 공포]를 감독한 '마스터'는 존 맥노튼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이 작품을 분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헨리, 어느 연쇄살인자의 초상]과 [해켈의 공포] 사이엔 대단한 연결고리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이 영화는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으로 보는 게 더 편합니다. 믹 개리스가 각색한 바커의 단편이 원작이거든요.

영화는 한 마디로 좀비 버전 [헬레이저]입니다. 에로틱하게 변형된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군요. 어느 쪽으로 보건, 영화는 바커 특유의 분위기와 주제로 철철 넘칩니다.

이야기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죽은 아내를 살려달라고 어떤 나이든 여자 영매를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영매는 그 남자에게 경고조로 에른스트 해켈이라는 남자가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죠. 에른스트 해켈은 죽은 자를 살리는 연구를 하고 있는 의대생인데, 아버지의 임종을 맞기 위해 여행하다가 묘지 근처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 집에선 나이 든 남자와 젋고 아름다운 그의 아내가 살고 있었죠. 그날 밤 그의 아내는 묘지로 빠져 나가고, 해켈은 그들 부부가 숨기고 있던 혐오스러운 비밀에 대해 알게 됩니다.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들이 대부분 그렇듯, [해켈의 공포]도 논리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충격과 우상파괴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심술궂은 소년처럼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을 자극적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집어 던져요. 이 단편에서 그 자극적인 소재들을 하나로 묶는 건 시체애호증입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시체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에요. 바커가 만들어낸 이 세계에서 죽음 뒤에 영혼은 사라지고 오로지 썩어가는 육체만이 살아남아 영생을 누립니다.

여기엔 이성애자 남성들이 세운 시스템을 작정하고 망가뜨리는 게이 남성의 이죽거림도 녹아 있습니다. 역시 바커의 영향이겠죠. 죽은 남자들의 하렘을 거느린 여자 주인공 일리스를 보는 방식도 여성 관점보다는 위장된 게이 남성의 관점에 더 가깝습니다. 아무리 존 맥노튼의 연출이 일리스의 육체에 집착한다고 해도요.

이런 이죽거리는 우상 파괴는 분명 재미있지만, [해켈의 공포]에서 그게 그렇게까지 잘 살아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표피의 자극에 집착하고 있지요. 이야기에 그렇게 잘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물론 여러분이 시체와 섹스하는 릴라 사바스타의 누드를 볼 생각으로 이 영화를 골랐다면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겠지만요. (06/09/04)

DJUNA

기타등등

존 맥노튼은 대타입니다. 원래 이 작품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사람은 조지 로메로였지요. 도입부에서 로메로의 협력을 언급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