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패트릭 디울프 Patrick Dewolf

주연
에이드리언 던바....앨런 크로스
Adrian Dunbar....Alan Cross
가브리엘 앤워....실리아 그레이브즈
Gabrielle Anwar....Celia Graves
플로렌스 호스....안젤라 크로스
Florence Hoath....Angela Cross
소피 오브리....솔랑쥬 몽포르
Sophie Aubry....Solange Montfort
조애너 럼리...레이디 헬레나 그레이브즈
Joanna Lumley....Lady Helena Graves
알렉시스 데니소프....크리스토퍼 우드
Alexis Denisof....Christopher Wood
스티븐 도프....제레미
Stephen Dorff....Jeremy
마리안느 드니쿠르....모드 그레이브즈
Marianne Denicourt....Maud Graves
멜빌 푸포....루이 베르나르
Melvil Poupaud....Louis Bernard
베르나르 알레....조르쥬 몽포르
Bernard Haller....Georges Montfort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영국인 형사 앨런 크로스는 옛 친구인 조 그린이 자살하자,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딸과 함께 남부 프랑스의 어느 마을로 건너옵니다. 사건의 중심에는 부유한 영국 귀족 가문인 그레이브 집안이 버티고 있었어요. 크로스가 수사를 계속 하는 동안 또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헬키온의 나날들]은 어딘지 모르게 갈갈이 찢긴 추리 소설 책장을 대충 묶은 듯한 스토리를 하고 있습니다. 위의 줄거리를 보면 꼭 황금시대의 미스테리 소설 같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답니다. 영화를 조금만 보다보면 그레이브즈 집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 집 남매인 제레미와 실리아가 근친상간 관계였던 거죠. 이 영화의 중심 범죄는 모두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범죄에는 아무런 미스테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스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도 그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크로스를 여기로 끌고온 조 그린 사건은 중간에 완전히 잊혀지니까요. 조 그린이 자살했는지, 살해당했는지, 살해당했으면 범인은 누구인지와 같은 상식적인 의문에 대한 답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없습니다.

이 영화가 퍼즐 미스테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얻고 싶어하는 것은 아가사 크리스티식 퍼즐 미스테리가 아니니까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영화가 전개되면서 제레미와 실리아라는 두 캐릭터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영화에는 그런 발견도 없습니다. 제목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실락원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나, 프로이트식 정신분석, 그밖의 다양한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지만 영화는 소재를 늘어놓기만 하고 거기서 그냥 멈춥니다. 제레미와 실리아는 우리가 처음에 짐작한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그들에겐 아무런 미스테리가 없어요. 미스테리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순전히 각본이 헐겁기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아마 뭉텅뭉텅 잘라낸 듯한 편집도 문제겠지요.

다른 부분도 위태롭고 진부합니다. 가장 제가 싫은 부분은 크로스에게 이상할 정도로 많은 여자들을 붙여주는 것이죠. 크로스는 결코 그런 자석과 같은 남자가 아니니까요. 그와 통역인 솔랑쥬, 실리아 사이의 삼각 관계는 지루했습니다. 설득력도 없고요. 모드와 유태인 탈출 에피소드와 같은 부분도 전혀 쓸모없었어요.

배우들은? 형편 없는 각본 때문에 배우들이 죽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그나마 배우들이 남은 부분을 구해주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양쪽 다일 겁니다. 조애너 럼리의 무시무시한 어머니는 훌륭하지만 정작 캐릭터 자체엔 아무런 깊이는 없습니다. 가브리엘 앤워는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관객들의 동정심도 상당히 끌어냅니다만, 도대체 이 캐릭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고요. 도프가 연기한 제레미는 그냥 미치광이에요. 던바의 연기는 좋지만 캐릭터가 좀 갑갑합니다.

보기는 참 좋습니다. 1938년의 그 불안한 듯한 한가한 느낌은 매력적입니다. 극장 개봉 당시의 와이드스크린 화면은 더 좋았다고 하더군요. 텔레비전으로는 그 부분 부분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만. (00/04/21)

DJUNA

기타등등

[헬키온의 나날들]은 영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입니다. 무대도 프랑스, 감독과 배우들 상당수도 프랑스인이죠. 이 영화는 유럽에선 [헬키온의 나날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지만 미국 상영은 이루어진 적 없습니다. 케이블 방영 때는 [Innocent Lies]라는 제목으로 달았고요. OCN에서 방영한 것은 미국 방영용 버전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