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웨버 Peter Webber

주연
가스파르 울리엘....한니발 렉터
Gaspard Ulliel....Hannibal Lecter
공리....레이디 무라사키 시키부
Li Gong....Lady Murasaki Shikibu
도미닉 웨스트.....포필 경위
Dominic West....Inspector Popil
리스 이반스....그루타스
Rhys Ifans....Grutas
리처드 블레이크....엔리카스 도르틀리히
Richard Brake....Enrikas Dortlich
케빈 맥키드....페트라스 콜나스
Kevin McKidd....Petras Kolnas
스티븐 워터스....지그마스 밀코
Stephen Walters....Zigmas Milko
이반 마레비치....브로니스 그렌츠
Ivan Marevich ... Bronys Grentz

한니발과 레이디 무라사키

[한니발 라이징]을 막 보고 왔는데, 기대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엔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흥미진진한 설정들이 많죠. 극악한 범죄에 희생된 동생의 복수를 하는 거의 초인에 가까운 주인공, 처벌당해 마땅한 사악한 악당들, 신비스러운 이국의 지혜를 전수하는 귀부인. 이 영화의 한니발 렉터는 19세기 프랑스 대중 소설의 수퍼 영웅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1950년대 프랑스라는 시공간 때문에 그 기시감은 더욱 커지죠.

하지만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연대기 안에서 [한니발 라이징]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끼치죠. 우린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과거사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신비스러운 타자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인물이니 미스터리는 남겨두는 편이 더 좋죠. 그 때문에 한니발 렉터가 주인공 자리에 오르자 그의 매력은 순식간에 감소합니다. 그는 약간 독특한 식도락 취향을 가진 복수자에 불과해요. 그가 주인공이 되자 스토리 발전의 가능성도 줄어들었습니다. [한니발 라이징]의 이야기는 단선적인 복수극 이상은 아닙니다. 그 이상이 되기엔 아이디어가 너무 부족해요.

이런 이야기라도 잘만 다루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터 웨버나 가스파르 울리엘은 한니발의 이야기를 다루기엔 그렇게까지 이상적인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피터 웨버는 서스펜스에 대한 감각이 없습니다. 충분히 오싹할 수도 있었던 결말이 "뭐야, 이게 끝이야?"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시시했던 건 순전히 감독의 감각 때문이죠. 울리엘 역시 안소니 홉킨스나 브라이언 콕스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그의 연기는 얄팍하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캐릭터나 배우가 아직 젊다는 걸 고려해도 이건 너무 시시해요.

그러나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연속성을 적당히 무시하고 (그러기는 쉽지 않지만) 이 복수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한니발 라이징]은 적당한 킬링타임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렉터의 복수담은 관객들이 충분히 감정이입을 할 만하고, 이 영화의 유일한 진짜 스타인 레이디 무라사키 역의 공리는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평범한 플롯을 풀어가는 어법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서 소설이 영화보다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죠. 사서 봐야 하나. 모르겠군요. (07/03/01)

DJUNA

기타등등

그 많던 원수들이 두 명 빼고 다 프랑스에 모여 있었다니. 참 편리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