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찬 드류 시다리스 Christian Drew Sidaris

주연
도나 스피어....도나 해밀턴
Dona Speir....Donna Hamilton
로버타 바스케즈....니콜 저스틴
Roberta Vasquez....Nicole Justin
브루스 펜홀....브루스 크리스찬
Bruce Penhall....Bruce Christian
R.J. 무어....케인
R.J. Moore....Kane
토니 펙....루카스
Tony Peck....Lucas
신시아 브림홀....에디 스탁
Cynthia Brimhall....Edy Stark

납치된 도나

언젠가 [와일드 사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모 대화방에서 하다가 제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요새 나오는 플로이테이션 영화들을 몇 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비디오 가게로 가서 비디오를 몇 개 들고 와서 봤는데 [하드 헌티드]가 바로 이것들 중 하나입니다. 앤디 시다리스란 사람과 그의 일가족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군요. 제 얄팍한 지식에 따르면 이 사람은 주로 케이블 TV를 고객으로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죠.

이 영화를 보고 제가 그동안 이 사람 영화들을 꽤 많이 봤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하나도 없지만 옛날에 동네 케이블같은 데에서 꽤 많이 해줬어요. 심지어 MBC에서도 그의 영화 중 하나를 주말의 영화 시간에 방영한 적 있답니다. 물론 야한 장면들은 대충 자르고요. 아마 이 나라에도 숨은 고정팬들이 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비디오로 나올 리가 있나요.

[하드 헌티드]는 시다리스 영화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93분짜리 영화를 30분 안에 다 해치웠으니 정확한 줄거리 요약은 어렵지만 대충 어떤 악당이 부처상을 훔쳤는데 그걸 착한 쪽이 다시 훔쳤고 그걸 가진 여자 주인공을 악당들이 재퍼로 기절시켜 납치했는데 정신을 차린 그 여자는 부처를 들고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지만 암만 봐도 다친 곳은 없는데 괜히 다시 기절하더니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그걸 다른 악당이 이용하다가 탄로가 나고 나중에는 총소리와 함께 모두 해결되는 내용인 거 같더군요. 물론 중간중간에 나오는 수많은 여자들이 브라를 벗고 가슴을 드러내며 종종 주인공들끼리 또는 주인공과 악당끼리 섹스를 하더군요.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의 진짜 목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70년대의 수많은 남자팬들이 [미녀 삼총사]를 보면서 그네들의 판타지를 만족시킬만한 장면들이 나오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렸겠지요. 당시엔 비디오가 보편적이 아니었을테니 머리 속으로 꼭꼭 그 장면들을 기억해가면서요. 시다리스는 이런 팬들을 위해 그들의 판타지를 나름대로 극대화시킨 이런 영화들을 만들었던 거지요. 이 영화들은 얌전한 포르노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판타지를 가진 관객들을 위한 보통 수준의 포르노인 것입니다. 대충 이 판타지를 따라가면 "미녀 + 총 = 섹시"라는 간단한 공식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말해,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좀 벌어 보겠다는 사람을 욕할 생각은 나지 않는군요. 그것도 엄연히 존재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이런 영화의 '영화적 가치'를 따진다는 것도 우습겠죠. 이런 영화의 팬들은 여주인공이 몇 번 벗었다 또는 섹스를 몇 번 했다 또는 주인공의 바스트 사이즈가 얼마나 되더라로 영화의 질을 평가할테니 말이에요.

하지만 전 그 판타지가 재미가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실리콘이 들어간 것 같은 그 커다란 가슴들의 행진을 보니 정말 그 사람들, 생활이 불편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네들은 아름다운 해변으로 섹시한 장면을 연출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저한테는 수영복 사이로 끼어든 모래알들과 모기떼만 연상되고, 무식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주인공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모두 한줄로 세워놓고 처형하고 싶군요.

결국 제가 느낀 교훈은... 이게 제 판타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들이 섹스하고 브라를 벗는 시간을 아껴서 악당들을 좀 더 많이 다양한 방법으로 와그장창 쏴죽였다면 테이프를 그렇게 빨리 돌리지 않아도 되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에겐 각자의 페티시가 있는 법이니까요. 하암... (97/07/15)

DJUNA

기타등등

지금 레너드 말틴 가이드에서 시다리스 패거리들의 영화 별점을 체크하고 있는 중인데... 세상에, 참 점수를 많이도 주었군요. [Hard Ticket to Hawaii]에 별을 두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