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에이어 David Ayer

주연
크리스찬 베일....짐 루서 데이비스
Christian Bale....Jim Luther Davis
프레디 로드리게스....마이크 알론조
Freddy Rodríguez....Mike Alonzo
에바 롱고리아....실비아
Eva Longoria....Sylvia
차카 포어먼....투상
Chaka Forman....Toussant
태미 트룰....마르타
Tammy Trull....Marta
J.K. 시몬스....리처즈 요원
J.K. Simmons....Agent Richards
마이클 몽크스....홀렌벡 요원
Michael Monks....Agent Hollenbeck

짐과 마이크

감독/각본가인 데이빗 에이어의 말에 따르면 [하쉬 타임]의 각본은 1996년에 씌여졌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각본이 그렸던 전쟁은 제1차 이라크 전쟁이겠죠. 고로 9/11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시대극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내용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겠지만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짐 데이비스의 과거는 상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가끔 짐은 전쟁과 관련된 악몽을 꾸고 주변 사람들이 전쟁을 언급하긴 하지만 직접 언급은 없어요. 우린 그가 6년 동안 군생활을 했고 그 동안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에이어는 이 생략을 통해 오히려 전쟁의 의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전쟁 대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짐과 짐의 친구 마이크가 LA와 멕시코 사이를 떠돌며 겪는 일상입니다. 그 일상이라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일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포주를 협박하고, 강탈한 총을 팔러 갔다가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고, 음주운전을 하고, 사기를 치고, 마약을 훔치고, 몇 번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살인 직전까지 갑니다. 그러면서 욕은 엄청 해요. IMDb에 따르면 F로 시작되는 욕이 296번이 나온다는군요.

보면 무섭습니다. 이들이 그냥 깡패라면 차라리 괜찮겠어요. 하지만 이들은 그냥 백수들이 아니에요. 직장을 찾아 주류 사회에 편입하려는 사람들이죠. 짐은 경찰이 되려 하고 있고, 마이크 역시 멀쩡한 사회 생활 경력이 있습니다. 이런 인간이 시민의 지팡이가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름이 끼치지 않습니까?

전 아무리 생각해도 짐의 행동을 단순한 걸프전 증후군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일단 전쟁 경험이 없는 마이크도 만만치 않거든요. 두 사람의 폭력 성향은 전쟁 이전에 LA 변두리의 험악한 동네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전쟁은 짐을 괴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원래부터 괴물이었던 인물이 전쟁을 거치며 더 심각한 괴물이 되었던 거죠. 험악하게 자란 애를 전쟁이 거두어 더 험악한 전문가로 만들고 그런 애가 다시 돌아와서 더 험악한 사람이 되었다가... 심각합니다. 실제 세계에서 이런 인물들이 더 나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어림 없죠. 째깍째깍 목표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시한 폭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도 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베일과 같은 배우가 좋아할 역이에요. 폭력과 광기의 극한까지 질주하는 역이죠. 저에게 그런 역을 연기하는 그를 바라보는 건 결코 오락이 아니었습니다. 러닝 타임 내내 영화 속의 남자들이 저지르는 폭력적인 바보짓 때문에 무척 괴로웠죠. 하지만 베일 자신은 그 과정을 즐겼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09/09/09)

DJUNA

기타등등

한인 가게 장면이 나옵니다. 베일도 한국어를 한 두 마디 정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