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그레고리 호블릿 Gregory Hoblit

주연
콜린 파렐....토머스 W. 하트
Colin Farrell....Thomas W. Hart
브루스 윌리스....윌리엄 A. 맥나마라
Bruce Willis....William A. McNamara
테렌스 대션 하워드....링컨 A. 스코트
Terrence Dashon Howard....Lincoln A. Scott
콜 하우저....빅 W. 베드포드
Cole Hauser....Vic W. Bedford
마르셀 이우레스....베르너 비서
Marcel Iures....Werner Visser
라이너스 로치....피터 A. 로스
Linus Roache.... Capt. Peter A. Ross
비셀러스 리온 섀넌....라마 T. 아처
Vicellous Reon Shannon....Lamar T. Archer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하트와 맥나마라

포스터에 커다랗게 박힌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에 속지 마세요. 브루스 윌리스는 하트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하트 역을 맡은 배우는 콜린 파렐입니다. 홍보담당자의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죠. 파렐은 비평가들이 꽤 좋아하는 신인 배우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거의 지명도가 없으니까요.

[하트의 전쟁]은 [제17 포로 수용소]와 [병사 이야기]의 잡종쯤 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예일 법대 출신의 장교인 하트가 독일군의 포로가 되면서 시작됩니다. 포로수용소에서 하트는 동료를 살해한 죄를 뒤집어 쓴 공군 장교를 변호하게 됩니다. 보기 만큼 간단한 사건은 아니에요. 그 공군 장교는 흑인이고 수용소는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로 부글거리니는 판이니까요. 게다가 그는 수용소 소장인 비서 대령과 연합군 포로들의 지휘관인 맥나마라 사이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알력과 음모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괜찮은 도입부죠? 이것 가지고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역사상 가장 인종차별적인 국가와 전쟁을 벌였던 상대국의 내부에 박혀 있던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아이러니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허울 뿐인 군사재판을 통해 미국 법제도의 불평등과 위선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이것도 저것도 싫으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 수용소를 무대로 한 법정물이라는 튀는 설정을 울궈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는 상당히 잘합니다. 특히 주인공 하트는 잘 묘사된 인물이죠. 부모를 잘 둔 덕에 유럽에 와서도 늘 책상만 지켰던 청년이 수용소와 재판 과정을 통해 성숙해간다는 이야기의 흐름도 좋습니다. 두 흑인 장교들이 사병 막사에 들어와 겪는 갈등 과정도 사실적이고요. 쉽게 평면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떨어지기 쉬운 수용소 소장 비서 대령도 괜찮은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정작 재판에 들어가면 모든 게 풀려버리고 맙니다. 설정이 중요한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설정을 세우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그 뒤가 풀려버리는 것이죠. 영화의 핵심이어야 할 재판 과정은 앞부분에 비해 심심한 편입니다.

그 뒤에 국면 전환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에 어느 정도 긴장감이 발생하기도 해요. 복선들을 고려해보면 앞뒤가 맞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국면 전환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야기의 주체여야 할 재판 과정의 중요성을 축소시키는 것이죠. 재판이 축소되면 지금까지 상당히 심각하게 끌어왔던 인종 차별의 주제도 작아져 버립니다. 수용소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말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어요. 최근 만들어지는 2차 세계대전 영화들에 늘 붙어다니는 그 감상적인 느낌도 영화의 맥을 빼놓고요.

존 카첸바흐의 원작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만 따진다면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군요. 파렐, 윌리스, 로치와 같은 배우들은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연출도 기술적으로는 잘 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후반부의 작위성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02/04/30)

DJUNA

기타등등

이미도의 번역은 굉장히 성급한 느낌이 들더군요. 심지어 이어지는 같은 인물의 대사를 상대방의 대사로 뜯어고치기까지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