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헨리 코스터 Henry Koster

주연
제임스 스튜어트....엘우드 P. 다우드
James Stewart....Elwood P. Dowd
조세핀 헐....비타 루이즈 시몬즈
Josephine Hull....Veta Louise Simmons
페기 다우....루스 켈리
Peggy Dow....Ruth Kelly
찰스 드레이크....라이먼 샌더슨 박사
Charles Drake....Dr. Lyman Sanderson
세실 켈러웨이....윌리 첨리 박사
Cecil Kellaway....Dr. Willie Chumley
빅토리아 혼....머틀 메이 시몬즈
Victoria Horne....Myrtle Mae Simmons
제시 화이트....마빈 윌슨
Jesse White....Marvin Wilson
윌리엄 H. 린....오마 개프니 판사
William H. Lynn....Judge Omar Gaffney
월래스 포드....P.J. 로프그린
Wallace Ford....P.J. Lofgren

1.

맘씨좋은 동네 주정뱅이 엘우드 P. 다우드에게는 하비라는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하비라는 친구가, 키가 6피트가 넘는 거대한 하얀 토끼라는 거고, 엘우드 이외에는 아무도 그 토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죠. 당연히 엘우드는 동네 놀림감이 되고 그의 정신나간 행동을 견뎌내지 못한 엘우드의 누나 비타는 동생을 요양원에 집어넣으려 합니다. 하지만 하비의 마술에 씌였는지 일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져 가고...

2.

제임스 스튜어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준 작품은 [필라델피아 스토리]이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멋진 인생]입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후기작인 [현기증]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스튜어트는 그의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뽑으라고 하면 늘 이 작품 [하비]를 들었답니다.

이해가 되기도 해요. [하비]의 엘우드 P. 다우드만큼 제임스 스튜어트라는 스타의 페르소나를 적절하게 활용한 캐릭터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의 친절하고 맘씨 좋은 느낌 속에 살짝 섞인 독특한 괴팍함을 떠올려보세요. 엘우드 P. 다우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미치광이일지는 몰라도 멀쩡한 사람 백 명보다도 더 재미있고 호감가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더 행복한 사람입니다. 메리 체이스의 퓰리처상 수상작이 원작인 이 영화가 주장하는 것도 그런 것일 겁니다. 하비는 상상 속의 존재일지는 몰라도 100 퍼센트 현실로만 가득 차 있던 그의 삶을 훨씬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완벽한 현실만으로 구성된 세계는 완벽한 공상 속의 세계만큼이나 비현실적이고 위험합니다. 우린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잠을 자고 꿈을 꿀 수 있는 존재로 진화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증거지요. 우리에겐 현실만큼이나 환상과 꿈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면 위기가 생깁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렇지요. 엘우드 P. 다우드는 바로 그런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치광이가 된 것이지요. 그러나 그는 부러워할만한 미치광이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쾌락을 누리니까요.

영화가 진행되면 경계의 붕괴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관객들은 영화 중반에 이르면 토끼 하비가 엘우드의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닌 실재하는 요정이라고 믿게 됩니다. 실제로 영화는 중간중간에 몇몇 소박한 특수 효과로 그의 존재를 암시합니다. 하비를 본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요.

그렇다면 그가 진짜 존재한다는 걸까요? 낸들 아나요. 중요한 것은 매서운 현실 세계를 견딜 수 있게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우리의 꿈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로 초자연적인 실제인가는 부수적인 문제입니다.

3.

괜히 거창한 영화로 소개한 것 같은데, 사실 [하비]는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는 아닙니다. 가볍고 조금은 감상적인 코미디지요. 영화는 배꼽 잡을 만한 재미있는 장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제임스 스튜어트의 능구렁이같은 느릿한 태평함과 잔뜩 긴장한 주변 사람들의 대조에서 오지만 말입니다. 특히 비타를 연기한 조세핀 헐과 스튜어트의 앙상블은 뛰어납니다. 헐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01/03/05)

DJUNA

기타등등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 [하비] 인용이 나오지요. 둠 판사가 술집에서 토끼를 본 적 없느냐고 을러대자, 술집 손님 하나가 태평스럽게 자기 옆자리에 앉은 하비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먹히지 많은 농담이어서 자막도 그 농담을 살리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약간 거슬리는 것은 [하비]가 50년대 영화이고 [로저 래빗]의 시대 배경이 40년대 후반이라는 것인데, [하비]는 그 당시 히트 연극이었으니 그런 농담이 아주 시대 착오적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