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만 Michael Mann

주연
알 파치노....빈센트 한나
Al Pacino....Vincent Hanna
로버트 드 니로....닐 맥컬리
Robert De Niro....Neil McCauley
발 킬머....크리스 쉬헐리스
Val Kilmer....Chris Shiherlis
존 보이트...네이트
Jon Voight....Nate
톰 사이즈모어....마이클 체리토
Tom Sizemore....Michael Cheritto
다이안 베로나....저스틴 한나
Diane Venora....Justine Hanna
에이미 브레너먼....이디
Amy Brenneman....Eady
애슐리 저드....찰린 쉬헐리스
Ashley Judd....Charlene Shiherlis
미켈티 윌리엄슨....드러커 형사
Mykelti Williamson....Detective Drucker
웨스 스터디....카잘스 형사
Wes Studi....Detective Casals
테드 레바인....보스코
Ted Levine....Bosko
데니스 헤이스버트....브리던
Dennis Haysbert....Breedan
윌리엄 피트너....반 잰트
William Fichtner....Van Zant
나탈리 포트먼....로렌
Natalie Portman....Lauren
톰 누넌....켈소
Tom Noonan....Kelso

1.

[히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프로페셔널 범죄자와 그를 쫓는 경찰 이야기는 이 장르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진 소재죠. '이 장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하드보일드 범죄물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히트'의 세계는 챈들러나 해미트같은 작가들이 그려낸 사립탐정물의 세계보다 도널드 웨스틀레이크나 에드 맥베인의 세계에 가깝습니다. 리얼리티는 장식없이 주어지고 다루어지는 범죄는 낭만적인 치장없이 신문기사처럼 냉정하게 던져 집니다. 물론 이들의 사생활들도 두서없이 사건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데, 그건 처음엔 인물의 사실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장르의 규칙처럼 되어 버린 요소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만은 [히트]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생각은 애당초부터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안정된 장르의 틀 안에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라는 두 대배우를 집어넣고 그들 연기의 쇼 케이스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 보입니다. 이들의 연기는 [허수아비]의 파치노와 해크먼,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보이트와 호프만의 경우처럼 충돌하지도,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단지 독립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관객들은 둘을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파치노는 시작부터 불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2.

아리스티드 봐랑땅은 말했습니다. "범죄자가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시대 LA를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 범죄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 19세기 본격추리소설의 탐정/살인자의 말을 인용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적당한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히트]에서 범죄는 영화의 엔진입니다. 닐 맥컬리가 일을 벌임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되고 빈센트 한나는 그냥 뒤를 따릅니다. 결국 창조적이며 행동적인 실제 주인공은 맥컬리입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인물의 균형을 잃은 데에는 각본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빈센트 한나가 아무리 그럴듯한 인물로 소개되고 파치노가 아무리 인상을 써도 이 영화에서 '인간 사냥'의 매력은 찾기가 힘듭니다('인간 사냥'의 냄새가 정말로 풍기는 만의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히트] 대신 [맨 헌터]를 보십시오.) 한나가 맥컬리 일당의 계획을 알게 되는 것은 순전히 휴의 밀고 때문이고 마지막에 한나가 맥컬리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도 안정된 장르의 규칙이 그 결말로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가 하는 일은 맥컬리를 '인정'하는 것 뿐입니다. 맥컬리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그는 그것도 제대로 못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게 이 영화의 맥컬리와 한나가 겉보기만큼 서부의 총잡이들 같아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맥컬리가 한나의 시선을 거부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결국 창조적인 사람들은 고립 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브라보!'라고 외쳐주어야 합니다. 한나는 맥컬리를 위해 그 일을 했습니다.

3.

[히트]는 직업으로서의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맥컬리 일당은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 세계의 도덕과 무관한 일을 하는 조금 빗나간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들은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자존심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사적인 문제도 가지고 있습니다.

[히트]가 그려내는 경찰이라는 직업도 [하이눈]의 게리 쿠퍼와는 거리가 멉니다. 만은 경찰들을 범죄자와 공생하는 사람들로 그려냅니다. 맥컬리는 한나에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한다. 그리고 자네는 나같은 사람들을 잡는 것 같은 자네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한다." 만은 선과 악이라는 구분을 없애고 이 둘이 서로를 먹여 살리면서 엉켜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마틴 스콜세지가 [좋은 친구들]에서 근사하게 성공시켰던 인류학적인 접근은 없습니다. 대신 만은 영화를 어느 정도 범죄자들에게 감정이입시킨 뒤 영화를 끌어갑니다. 영화가 홍콩 영화처럼 다소 나르시시즘에 빠진 구석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만은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그들의 행동이 관객들에게 별다른 거부감없이 전해진다는 건데, 그 이유는 사실 그들이 헐리웃 대중영화와 거의 동일한 윤리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말해놓고 보니 우습군요.

4.

단테 스피노티가 야하게 찍어놓은 LA는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지만 너무나도 LA답습니다. 이 진부하고 메마른 사막 도시를 이만큼 잘 그려낸 영화는 최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만이 그리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겠지요.

[NYPD 블루]에서 튕겨져 나온 뒤 영 못볼 줄 알았던 에이미 브래너먼이 여기에 나와 조금 반가웠습니다. 역시 불쌍해보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요. 생긴 값을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네요. :)

이 영화들의 여자들을 보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애슐리 저드가 연기한 찰린에서부터 이디까지 대부분의 여성 등장인물들은 모두 50년대 식으로 깔끔하게 탈색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온전한 반응을 보이는 인물인 저스틴한테는 너무나 이 장르적인 방법으로 재앙이 떨어집니다. 하암. 교과서를 너무 열심히 읽은 학생의 숙제같군요. 하긴 이 영화 자체가 원래 좀 그렇지만. (96/08/31)

DJUNA

기타등등

NBC가 이 영화의 17분을 잘라내고 방영했을 때, 마이클 만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그 텔레비전 방영분을 앨런 스미시 영화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국내 비디오 버전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