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권칠인

주연
이미숙....김영미
김민희....김아미
안소희....김강애
김성수....오승원
김흥수....나원석
윤희석....최경수
조은지....유미란
김범....호재
장항준....안감독

아미, 영미, 강애

[뜨거운 것이 좋아]의 원작은 강모림의 만화 [10,20 그리고 30]인데, 영화에 원작의 내용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꽤 많이 각색되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일단 이미숙의 캐릭터 나이가 벌써 40대잖아요. 김민희 캐릭터가 만화에서도 구질구질 시나리오 작가였을 것 같지 않고. 배우들과 작가들에 맞게 설정이 바뀐 거겠죠.

하여간, 이 영화는 각기 인생의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미숙이 연기한 영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10대 소녀인 딸 강애랑 20대 후반의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아미와 함께 살고 있지요. 영미는 자신이 세트를 담당한 연극에 출연하는 젊은 배우 경수랑 몰래 데이트 중이고, 아미는 뮤지션인 남자친구 원석과 결별하고 선을 통해 만난 회계사 승원을 막 사귀기 시작한 중이며, 강애는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호재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준비하는 중입니다. 다들 고민이 많아요. 연하의 젊은 배우랑 침대에서 뒹구는 건 좋지만 아무리 봐도 여기에 미래는 없고, 돈 잘 벌고 잘 생긴 회계사랑 연애하는 건 좋지만 옛 남자친구와 그에 대한 감정을 떼어내긴 쉽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친구보다는 늘 붙어다니는 단짝친구에게 더 마음이 끌리니 말이죠.

이 이야기가 아주 정직하거나 깊이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이들의 삶은 관객들이 진짜 고민으로 받아줄만큼 충분히 아프지 않아요. 특히 툭하면 젊은 남자들과 원나잇 스탠드를 가지는 경제력 있는 미모의 40대 화려한 싱글인 영미는 처음부터 멋지구리한 소망성취 판타지로 디자인되었죠. 시나리오 작가 아미의 삶도 취재하기 귀찮은 영화쟁이들이 거울보고 쓴 자화상인 게 너무 노골적이어서 무작정 맘을 주기가 어렵고요. 그나마 강애의 이야기가 계산없이 그대로 받아들일만 한데, 그 역시 깊은 고민 없이 공식만 취한 티가 역력하거든요.

그래도 중반에 들어가면 저도 대충 그들의 고민에 적응하게 되더군요. 사실 전 영미에겐 끝까지 적응 못하겠어요. 하지만 아미의 이야기는 잘 먹힙니다. 거의 텔레비전 연속극 풍의 뻔한 갈등에 의해 끌려가고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들도 진부하지만 그래도 아미는 생생한 인물이에요. 강애의 이야기도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아까 깊은 고민 없이 공식만 취했다고는 하지만, 첫사랑의 감정과 성정체성의 혼란에 흔들리는 어린 소녀의 고민을 시니컬하게만 바라볼 수는 없는 거죠. 결말도 그 정도면 만족스럽고요.

영화는 각본보다는 세 배우들의 덕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영미의 이야기가 그냥 안드로메다로 날아가지 않은 건 이미숙이 분명한 자기확신을 가지고 캐릭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안소희는 아직 아마추어지만 바로 그 풋풋한 느낌 때문에 강애 캐릭터의 위태로운 맛이 더 잘 살아납니다. 놀라운 건 김민희인데, 전 이 사람이 이처럼 능란한 배우인지 몰랐어요. 쉽게 연기할 구석이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의 실력이 따라주어야죠. 이들 셋이 함께 나누는 시간이 부족한 건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연애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런 이야기는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 느긋하게 다루었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몰라요. (08/01/02)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간접광고는 좀 재미있군요. 이미숙이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의 세트 디자이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