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2008) * * *

감독
류장하

주연
이연희....수영
유지태....연우
채정안....하경
강인....강숙
나영희....수영모
최수영....다정





수영
전 강풀 연애만화의 팬은 아닙니다. 아마 사람들이 너무 착하기만 해서 그런가 봐요. 피투성이 장르물에서 이런 인간의 선량함은 내용과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착한 분위기에서 착한 행동만 하는 이야기는 경우가 다르죠.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냥 개인적으로 좀 갑갑한 겁니다.

그래도 류장하의 [순정만화]는 강풀의 원작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화입니다. 종종 말했지만 류장하는 보다 편안하고 통속적인 허진호입니다. 허진호 영화의 엄격함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지만 보다 다가가기 쉽죠. 강풀의 원작이 쉽게 달짝지근한 기성품으로 각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고려해보면 일단 수장을 잘 잡은 겁니다. 결과물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것만큼 나왔고요.

영화는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커플 1은 고등학교 2학년생인 수영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30살먹은 동사무소 직원 연우입니다. 커플 2는 막 서른을 앞둔 하경과 연우와 같은 동사무소에 다니는 23살 강숙입니다. 네, 압니다. 원작과 나이와 직업이 조금씩 바뀌었지요. 계절도 이제 겨울이 아니라 여름이랍니다. 그러면서도 가짜 눈을 뿌려주는 설정은 꿋꿋하게 나옵니다만.

1번 설정을 아주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기엔 걸리는 점이 많아요. 전 띠동갑 고등학생과 연애하는 주제에 끝까지 착한 척만 하는 연우의 캐릭터 설정이 많이 걸립니다. 갑자기 늑대로 돌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그렇게 착하게만 굴 상황이 아닌 거죠. 그렇게 이야기가 편하게만 흘러가서도 안 되고요. 2번 설정도 걸리는 건 마찬가지. 온전하게 받아들이기엔 하경의 상황이 지나치게 기성품적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게 다 슬슬 자기 자리를 찾아갑니다. 여전히 100퍼센트 설득력을 얻는 건 아니지만 유지태를 캐스팅하고 그를 동네 동사무소에 밀어넣으니까 이야기가 슬슬 먹히는 것 같습니다. 장르적 기성품의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일상의 디테일이 자리를 잡고 잘 맞는 이미지의 배우들이 돌아다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돼요. 적어도 영화는 쉽게 빠질 수 있는 순정만화 스테레오 타입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상받을 명연기는 아니지만 다들 편안하게 이야기 안에 녹아 있어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제한된 영역 안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지태는 이전과는 달리 다소 장르적인 연기를 시도했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 장르적 연기가 그의 소심함과 내성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여전히 심하게 티가 나지는 않죠.

굉장한 자극이나 열정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순정만화]는 좋은 겨울 데이트 영화입니다. 예쁘지만 예쁜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성실하지만 그렇다고 잔재미를 버리지는 않았어요. 배우들도 적당히 어울리고 에피소드 나열의 느릿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구석은 거의 없습니다. 설명이 재미없긴 하지만 딱 이런 영화입니다. (08/11/19)

DJUNA


기타등등

소녀시대 수영이 이연희의 친구로 나오는데, 이연희를 보고 계속 수영이라고 부르는 게 괴상하더군요. 나중엔 배우가 알아서 작정하고 불러대는 것 같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