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클레멘츠 Ron Clements &
존 머스커 John Musker

주연
테이트 도노반....헤라클레스
Tate Donovan....Hercules
조슈아 키튼....어린 헤라클레스
Joshua Keaton....Young Hercules
로저 바트....어린 헤라클레스
Roger Bart....Young Hercules
수잔 이건....메가라
Susan Egan....Megara
대니 드비토....필록테테스
Danny DeVito....Philoctetes
제임스 우즈....하데스
James Woods....Hades
밥 골드스웨이트....페인
Bob Goldthwait....Pain
매트 프리워....패닉
Matt Frewer....Panic
립 톤....제우스
Rip Torn....Zeus
사만다 이거....헤라
Samantha Eggar....Hera
바바라 배리....알크메네
Barbara Barrie....Alcmene
핼 홀브룩....암피트리온
Hal Holbrook....Amphitryon
폴 셰이퍼....헤르메스
Paul Shaffer....Hermes
아만다 플러머....운명의 여신
Amanda Plummer....The Fates
캐롤 셸리....운명의 여신
Carole Shelley....The Fates

듀나 [인어공주] 이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도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옛 방식대로는 어림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컴퓨터 특수효과를 이용한 새로운 화면, 현대적이고 빠른 전개, 아이들을 겨냥하면서도 어른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이중적인 유머 등등이 끼어들었습니다.

맨켄과 애쉬먼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은 이들의 이런 시도가 생생하게 꽃필 때 제작된 작품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구닥다리인줄 알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몰려들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여름 시즌으로 옮겨간 뒤 사정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라이언 킹]은 분명히 최고의 흥행작이었지만 앞의 삼부작의 질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포카혼타스], [노틀담의 꼽추]까지 흥행은 계속하향선을 그었고 활기도 떨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파프리카 에헴... 그럴까요? [포카혼타스]와 [노틀담의 꼽추]의 흥행성적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기대에 못 미쳤을 뿐이죠. 그리고 그 작품의 내용을 보더라도 화려한 흥행성적을 기대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전 오히려 그들이 디즈니 명성의 덕을 얻어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세 작품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나쁜 작품들이 아니고 평도 일반적으로 좋았습니다.

듀나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판들은 대부분 타당성이 있기는 하지만 가끔 그것들이 진짜 비판들이 아니라 줏어들은 말들을 기계처럼 생각없이 쏘아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디즈니의 여성 묘사에 문제가 많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디즈니'만을 물고 늘어질 만한 것일까요? 사실 그것은 헐리웃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판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아닐까요? 원작을 왜곡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뭣하러 원작을 꼭 따라야 합니까? [노틀담의 꼽추]에 대한 가장 바보같은 비판은 만화가 원작의 결말을 바꾸어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원작의 의미를 왜곡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해피엔딩으로 놓고 바꾸어도 그 영화의 스토리는 왜곡이고 뭐고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원형적입니다.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세계에 철철 넘쳐 흐르는데 그렇다면 그것들은 모두 [노틀담의 꼽추]와 결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란 말인가요?

파프리카 [노틀담의 꼽추]를 [알라딘] 이후 최고의 걸작으로 생각하나요?

듀나 글쎄요. 뒤의 세 영화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언 킹]에는 성인 취향의 강한 갈등과 액션이 있지만 인종 차별적인 요소와 거친 스토리 라인이 거슬리죠. [포카혼타스]는 캐릭터 디자인과 시적 취향이 두드러지지만 스토리는 밋밋하며 역사 왜곡의 위험이 있습니다. [노틀담의 꼽추]는 뛰어난 스토리라인과 좋은 인물 묘사로 가장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캐릭터 디자인이 무개성적이고 음악도 재미가 없습니다.

파프리카 그렇다면 [헤라클레스]는? 사실 전 이 헤라클레스라는 인간이 참 싫습니다. 이 인간을 한마디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정신병 기질있는 저능아 살인범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따위 건달이 영웅으로 취급되는 건지 그리스 인들의 취향이 의심될 정도예요.

듀나 저도 싫어요. 그래서 디즈니가 멋대로 바꾼 스토리가 차라리 낫군요. 사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의 캐릭터들을 멋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헤라클레스] 이야기보다는 [수퍼맨]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수퍼맨처럼 이 영화의 '허크'는 입양된 초능력자이며, 현실 세계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다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의 명령에 따라 저 먼 곳으로 가 수련까지 받습니다. 게다가 수퍼맨의 S자처럼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올림푸스 표 번개 아이콘까지 있잖아요?

파프리카 [헤라클레스]는 패러디 영화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인 거 같아요. 물론 디즈니의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원작에 현대적인 터치를 입혀왔습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처럼 패러디 자체를 중심에 놓지는 않았어요. [헤라클레스]는 가볍고 경박한 코미디로 이 영화의 중심 목적이 있다면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마이클 조던과 같은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로 뒤바꾸어 신나게 놀아보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헤라클레스의 열 두 위업은 스포츠 경기처럼 묘사되고 영웅은 오빠부대가 따라다니는 스타입니다. 영웅과 함께 쏟아지는 갖가지 상품들("난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에요. 심지어 액션 피겨까지 있다구요!")은 디즈니 머천다이징 자체를 놀려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듀나 그 결과 헤라클레스는 생각없고 매력도 없는 바보멍청이로 묘사됩니다(사실 그게 그 인간이지만.) 이야기의 두번째 부분은 이 바보가 생각없는 상업적 영웅에서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요. 단순하지만 그러저럭 괜찮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고보면 이 영화에서 육체적 모험은 그렇게 강하게 묘사되고 있지 않습니다. 열 두 위업 중 히드라와의 대결만이 유일하게 비중있게 묘사될 뿐, 나머지들은 노래 배경으로 지나가지요. 올림푸스를 구하는 후반부의 액션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사실 후반부는 좀 강조하는 것이 영화의 구성에 보탬이 되었을텐데 말이에요.

파프리카 메가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의 팜므 파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결국 [헤라클레스]가 더이상 아이들 용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는 것도 이 부분이 아닐까요?

듀나 메가라의 존재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메가라가 훌륭하게 짜여진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멕은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진짜 '성격'이 있는 인물이지요. 게다가 수잔 이건이 목소리 연기를 참 멋있게 해냈습니다. 4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의 여주인공처럼 빠르고 샤프한 목소리로 이죽거리는 농담들을 줄줄 쏟아대는 멕을 보면 노스탤지어에 푹 빠질 지경입니다. 이건의 뮤지컬 재능과 스카피의 과격한 디자인이 겹쳐진 결과 이 캐릭터는 진짜 기억할 만한 무언가로 창조되었습니다.

파프리카 수잔 이건처럼 귀엽고 똘똘하게 생긴 배우한테서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참 재미있지 않아요? :-)

듀나 이 영화에는 (언제나처럼) 찰튼 헤스턴, 아만다 플러머, 대니 드비토, 제임스 우즈와 같은 유명한 배우들이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돈 값을 한 사람은 하데스를 연기한 제임스 우즈입니다. 우즈의 하데스는 마피아의 변호사처럼 경박하며 사무적이지만 꽤 재미있는 악당입니다. ("제우시! 나 집에 왔어!") 가끔 로빈 윌리엄즈의 지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우즈의 개성도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되는군요.

파프리카 제럴드 스카피의 캐릭터 디자인은 분명히 이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메가라와 하데스의 디자인은 특히 훌륭합니다. 그리고 사탕봉지같은 밝은 파스텔조로 묘사된 올림푸스와 어둡고 음흉한 지하의 이미지 대립은 지금까지 늘 이차원적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배경 묘사에서 탈피하고 있습니다.

듀나 히드라와의 결투는 가장 훌륭한 '액션' 장면이고 히드라의 디자인도 좋지만 컴퓨터 그래픽 티가 좀 심하게 나는 게 흠입니다.

파프리카 음악은 맨켄의 전성시대보다는 못하지만 [노틀담의 꼽추] 때보다는 낫습니다. 가장 훌륭한 곡은 이건이 부르는 [I Won't Say (I'm in Love)]입니다. 하지만 디즈니 쪽에서는 마이클 볼튼을 끌어들여 [Go the distance]를 더 미는 거 같더군요.

듀나 [헤라클레스]는 꽤 잘 만든 영화이고 오락물로서의 기능도 성실하게 수행하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 영화엔 [미녀와 야수]같은 찡한 면은 없지만 원래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든 건 아니니 그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여름철마다 뿜어나오는 남성 호르몬의 지독한 냄새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까지 맡아야 한다니 조금 짜증이 나는군요. (97/07/07)

D&P

기타등등

[라이언 킹]의 스카가 카메오로 잠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