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수 프리드리히 Su Friedrich

주연
셸즈 홀런드....루
Chels Holland....Lou
에어리얼 마라....베시
Ariel Mara....Betsy

수 프리드리히의 [숨바꼭질]을 보는 관객들은 영화를 두 편 감상하게 됩니다. 하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게이 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고 다른 하나는 60년대를 사는 루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알아가는 내용의 픽션입니다.

두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밀접하게 연결되어 번갈아 진행됩니다. 픽션 부분은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말하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죠. 다큐멘터리에서 누군가가 톰보이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그다음엔 루가 동네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야한 여자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느꼈던 성적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엔 루가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발견한 플레이보이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요. 성적 정체성의 발달에 대한 60년대의 뻣뻣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보다 섬세한 루의 이야기가 그 뻣뻣한 스테레오 타입을 망가뜨려놓습니다.

프리드리히의 의도만 따진다면 이 픽션과 논픽션의 결합은 나름대로 성공적입니다. 픽션이 도입되면서 [숨바꼭질]은 일반 다큐멘터리보다 더 친근하고 설득력있는 작품이 되었으니까요. 인터뷰의 종합은 '게이 여성 일반'의 이야기를 한 반짝 떨어져서 할 뿐이지만 픽션은 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둘이 같을 수가 없죠.

그러나 픽션은 어느 선에서 그 의도를 넘어서 버렸습니다. 한 마디로 지나치게 잘 되어서 독립적인 자기 존재를 주장하게 될 정도가 된 겁니다. 다큐멘터리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친근감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지만, 픽션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끊임없는 인터뷰들로 인해 위협당합니다. 구체적인 개인인 루는 그 결과 번번히 '게이 여성의 어린 시절 일반'으로 떨어지고 말아요. 하지만 엄연히 눈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진짜 아이를 어떻게 '일반'으로 추락시킬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두 영화를 따로 나누는 편이 더 나았습니다. 저희들의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흰 루의 이야기를 방해받지 않고 좀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라면 레즈비언 판 [나우 앤 덴]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우 앤 덴]보다 훨씬 나은 영화가 되었을 거예요. 부분 부분 꾸며진 에피소드들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연기 또한 좋으니까요. (98/11/19)

D&P

기타등등

이 역시 제1회 퀴어 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입니다.